끊이지 않는 ‘아이디어 침해’ 분쟁…기술 자료 무상제공?

[앵커]

다음 소식입니다.

한 중소기업에서 "포스코건설이 정당한 대가 없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사용했다"며, 정부에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포스코건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는데, '기술 탈취' 문제로 인한 분쟁과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홍성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석탄 재고량을 3D 스캐너로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한 중소업체.

3년 전, 포스코건설로부터 관련 기술을 논의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한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저장고 공사를 할 건데, 입찰을 받으면 협력할 부분을 논의하자고 했습니다.

회의에서 중소업체 대표는 포스코건설이 추진해왔던 고정식 스캔으론 측정이 안 된다며, 천장에 레일을 설치해 스캐너를 이동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개념도까지 제공했습니다.

[박희민/소프트웨어업체 대표 : "'검토해 보니까 저희 기술로 해야지 맞네요'라고 하고 나서 (포스코건설이) 기술자료 제공요구서 하고 본격적으로 자료를 요구하기 시작했죠."]

약 두 달 뒤, 포스코건설에게서 받은 이메일.

"저탄장 사업이 공고됐다"며 "3D 스캐너 설치를 어떻게 할지 검토 후 만나자"고 제안합니다.

'시스템 구성도' 등을 제공하라며 기술 자료를 요구하는 동의서도 첨부됐습니다.

'대가는 없음'이라고 돼 있었지만, 대기업과 함께 일하려면 차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박희민/소프트웨어 업체 대표 : "저희는 을의 입장이잖아요. 그래서 거절하면 '이 사람들이 우리랑 일을 할 생각이 없네'라고 생각을 하겠죠."]

포스코건설은 결국 공사를 따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포스코건설이 발주사에 제출한 기술제안서, 고정 방식 대신 "스캐너를 레일에 설치"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해당 중소업체는 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포스코건설의 하도급 입찰에서 탈락했고, 업체는 해당 사건을 특허청에 신고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에 마련된 아이디어 침해 금지 조항은 거래 과정에서 제공 받은 아이디어를 보상 없이 무단 사용하는 행위를 막도록 하고 있습니다.

[박성준/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되는 아이디어는 특허 수준의 신규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그 수령자가 당시에 몰랐거나 알기 어려워서 상대방의 노력에 무임승차한 부분이 있다면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입니다."]

포스코건설은 "레일 설치 방식은 흔해 보호 가치가 있는 수준이 아니며, 입찰을 받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해당 업체가 주장하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전혀 사용한 바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촬영기자:유민철/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김정현 김석훈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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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