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 오승환, 마침내 500세이브... 亞 최초 대기록 세웠다
프로야구 삼성과 NC 경기가 열린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삼성이 9-6으로 앞서던 9회초 공수 교대 순간, 야구장 전광판에 ‘The Final Boss(끝판대장)’라는 문구가 뜨자 1만4600여 관중이 환호를 내질렀다. 팀 간판스타이자 마무리투수 오승환(41)의 등판을 알리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관중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담았고 그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야구장을 가득 메웠다.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 대기록 달성을 앞둔 스타에 대한 기대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오승환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첫 타자 손아섭에게 안타를 내줬으나 이후 세 타자를 모두 아웃 처리하며 실점 없이 팀 승리를 지켜냈다. 그의 올 시즌 8번째 세이브이자, KBO(한국야구위원회) 통산 378번째 세이브. 일본과 미국에서 기록까지 더하면 생애 500번째 세이브였다. 데뷔 18년만에 이룬 기록이다. 그는 승리가 확정된 순간 포수 강민호(38)와 진한 포옹으로 기쁨을 나눴다.
프로 통산 500세이브 기록은 오승환이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최초다.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활약했던 이와세 히토키(49·은퇴)가 통산 407세이브를 올렸다. MLB(미 프로야구)에서도 500세이브 이상을 거둔 선수는 마리아노 리베라(54)와 트레버 호프먼(56) 둘뿐이다. 오승환은 2005년 삼성에서 데뷔해 2013년까지 277세이브를 기록한 뒤 일본으로 건너갔다. 한신 타이거스에서 뛰는 2년간 80세이브를 기록하며 일본 리그에서도 ‘끝판대장’ 노릇을 했다. 2년 연속 일본 리그 구원왕에 오른 뒤 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진출했고, 4년간 토론토 블루제이스·콜로라도 로키스를 거치며 42세이브를 더했다. 2020년 삼성에 돌아온 이후 현재까지 101세이브를 더해 500세이브를 완성했다.
오승환 야구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경기고 졸업을 앞두고 2001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으나 팔꿈치 수술 이력으로 인해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일본에서 뛰던 2015년엔 마카오에서 원정 도박을 했던 사실이 드러나 이후 한국에 복귀할 때 징계를 받아야 했다. 올 시즌엔 구위가 급격히 저하돼 2군에 내려가는 굴욕도 맛봤다. 그러나 최근 세 차례 등판에서 모두 세이브를 올리며 ‘돌부처’의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다.
오승환은 “팀 승리를 500번 지켰다는 생각에 뿌듯하다”며 “KBO 리그 400세이브 기록이 남았는데, 그보다도 블론세이브를 하지 않고 팀 승리를 지키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과 미국 팬들이 지금까지도 응원을 해주고 있다”며 “내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서 외국 팬들이 한국 야구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잠실에선 두산이 한화를 4대1로 꺾었다. 선발 장원준(38)이 지난달 23일 삼성전에 이어 2연승했다. 장원준이 선발로 나서 연승을 거둔 건 2017년 9월 22일~2018년 3월 25일(3연승) 이후 1899일 만이다. 그는 또 이날 통산 131승째를 올려 임창용(47·은퇴·130승)을 제치고 KBO 역대 다승 순위 단독 10위에 올라섰다.
장원준의 선전은 두산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두산은 현재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27), 최원준(29), 곽빈(24) 등 핵심 선발 자원이 대거 부상 혹은 부진으로 이탈해 있다. 이승엽 감독이 “요즘 새치가 많아졌다”고 할 정도로 고민이 깊다. 이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장원준이 노련한 투구로 베테랑의 가치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리그 선두 경쟁을 펼치는 1위 SSG와 2위 LG는 나란히 승전보를 올렸다. SSG는 광주 원정에서 KIA를 2대1로 꺾었다. SSG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35)와 KIA 신인 윤영철(19)의 투수전이 펼쳐졌다. 엘리아스가 7이닝을 5피안타(1홈런) 6탈삼진 1실점으로 막았고, 윤영철은 7이닝 6피안타 2탈삼진 2실점했다. 엘리아스는 시즌 2승(무패)째를 챙겼고, 윤영철은 2패(3승)째를 떠안았다. LG는 고척에서 키움을 9대1로 완파했다. 주장 오지환(33)이 홀로 4타점을 때리며 승리 선봉장에 섰다.
SSG와 LG를 추격하는 3위 롯데는 사직 홈에서 최하위 KT에 1대4로 발목을 잡혔다. 선발 박세웅(28)이 6이닝 3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투구를 펼쳤으나, 팀 타선이 4안타로 침묵했다.
대구=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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