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도 반도체 키운다… 유럽·美 합작 공장에 4조 지원

오로라 기자 2023. 6. 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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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차량용 반도체 3강 업체와
세계 3위 美 파운드리 기업 제휴
한국, 경쟁 상대 갈수록 늘어나

프랑스 정부가 유럽 반도체 기업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스가 합작 설립하는 생산라인에 29억 유로(약 4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5일(현지 시각) AFP가 보도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번 보조금은 2017년 이후 프랑스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라고 밝혔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으로 독일 인피니언, 네덜란드 NXP와 함께 유럽 차량용 반도체 3강(强)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1987년 이탈리아 반도체 기업인 SGS마이크로일렉트로니카와 프랑스 전자기업 톰슨SA 반도체 부문이 합병하며 탄생한 ‘범유럽 반도체 연합’이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TSMC,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3위 파운드리 기업이다. 유럽이 미국의 손을 잡고 조단위 보조금을 무기로 역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고 나선 것이다.

양사가 신규 공장을 짓는 데는 총 75억 유로(약 10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프랑스 정부가 이 중 약 40%의 자금을 지원해주기로 한 셈이다. 프랑스 서남부 크롤에 들어서는 공장은 12인치 웨이퍼 팹으로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완공하면 연간 62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며 최소 200억 달러 이상의 매출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전 세계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반도체 생산량을 현재의 9%에서 2030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역내 반도체 시설에 대규모 지원금을 지급하는 유럽 반도체법을 통과시켰고, 2030년까지 430억 유로(약 60조원)를 공공 또는 민간 투자 형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런 기조 아래 유럽에서는 반도체 ‘건설붐’이 일고 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이탈리아에서도 정부의 지원(30%)을 받아 현지에 7억3000만 유로 규모의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공장을 건설 중이고, 인피니언은 독일 정부로부터 10억 유로를 지원받아 드레스덴에 50억 유로를 투자해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기로 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유럽까지 ‘반도체 제조 부흥’에 나서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잠재적 경쟁자는 계속 늘어나는 모양새이다. 유럽은 세계 반도체 소비의 20%를 차지하는 3대 반도체 시장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으로의 반도체 판매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유럽까지 자급 생산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질주하면서 한국 기업의 경쟁 환경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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