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 개인정보 과잉수사, 공직자 인사검증 흔들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휴대전화를 지난 5일 압수했다. 앞서 경찰은 MBC 임모 기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MBC 보도국 압수수색까지 시도했다. 경찰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인터넷 매체 출신 A씨가 한 장관의 주민등록초본과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 인사청문회 자료를 입수한 경로를 역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해당 자료가 임 기자에서 A씨에게 흘러갔고, 임 기자는 이 자료를 최 의원실을 통해 확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 보호, 존엄 구현을 위해 중요하다. 그러나 해당 자료는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 인사 검증을 받기 위해 제출한 것이다. 언론사는 국회로부터 자료를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장관 후보자의 재산·투기·위장전입 등에 대한 각종 검증 보도를 해왔다.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장관·검찰총장·경찰청장 등 수백명의 국회 인사청문 대상자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국회와 언론의 합동·교차 검증을 받았고, 낙마한 후보자도 부지기수로 나왔다. 법원이 최 의원과 임 기자 등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지만, 그동안 검경이 이런 관행에 수사 잣대를 들이댄 적은 없었다. 공인의 개인정보 보호도 필요하지만, 공직자 검증과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던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도 ‘언론, 종교단체, 정당이 취재·보도, 선교, 선거 입후보자 추천 등을 위해 수집·이용하는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정보보호 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인사청문자료를 활용한 언론 검증은 막힐 수 있다.
주지하듯 한 장관은 윤석열 정권의 최고 실세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한 장관이 아닌 다른 공직자거나 일반인이었다면 경찰이 이렇게 나설지 의문이다. 수사 대상인 임 기자나 최 의원은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인사들이다. 임 기자는 지난해 9월 방미 중에 논란이 인 윤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발언을 자막으로 보도했다. 최 의원은 ‘검·언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한 장관과 송사로 얽혀 있다. 수사가 국민을 호도하고 권력자를 비호하기 위해 편파적으로 사용된다면 그것은 공권력을 가장한 ‘폭력’일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수사 갖고 보복하면 깡패지 검사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자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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