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건너 최고급 '게이샤'가 된 아프리카 '게샤' 커피 [윤오순의 커피로 떠나는 세계 여행]

2023. 6. 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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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오리진? 가공 방법? 컵 노트? 커핑 점수? 품종? 제일 비싼 커피? 제일 저렴한 커피?... 첫 방문한 카페에서 내게 맞는 커피를 골라내는 방법에는 각각의 인문학적 의미가 담겨있다. 4주마다 세계의 다양한 커피 이야기를 인문지리학자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파나마 ⓒ게티이미지뱅크

게이샤(Geisha) 커피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중남미에 위치한 파나마(Panama)이다. 파나마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풍부한 문화유산을 간직한 국가로 북쪽에는 카리브해, 남쪽에는 태평양이 펼쳐져 있다. 파나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는데 잘 알려진 곳 중에 하나가 '까스코 비에호(Casco Viejo)'이다.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건축 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다. 까스코 비에호처럼 파나마의 세계유산들은 대개 유럽과 아메리가 문화가 융합된 건축물들인 경우가 많다.

파나마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지만, 공식 언어는 스페인어이다. 스페인어는 대부분의 파나마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토착 언어인 쿠나어도 사용된다. 파나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어인 영어는 비즈니스 및 관광 분야에서 널리 쓰인다. 파나마의 인구는 약 440만 명으로 상당히 작은 규모이다. 주요 도시는 파나마 시티(Panama City)이며, 그 밖에 다비드, 콜론, 산티아고 등의 도시도 있다. 날씨는 지리적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일년 내내 평균 24℃에서 31℃ 사이로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파나마의 공식 통화는 발보아(Panamanian Balboa)이지만, 미국 달러 또한 널리 사용된다.

게이샤 커피의 대명사로 알려진 파나마는 커피의 맛과 향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곳이다. 파나마 게이샤 커피는 그 독특한 풍미 덕분에 아주 짧은 시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커피다. 파나마의 토양과 기후 조건은 게이샤 커피의 향미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으며, 높은 가격의 커피로 평가받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파나마의 게이샤 커피는 고급스러운 꽃향기와 섬세하고 다양한 뉘앙스의 풍미로 커피 애호가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컵을 맛보면 재스민, 베르가모트, 열대 꽃 등의 아로마와 함께 상쾌하면서도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생산량이 제한적이고 가공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게이샤 커피는 현재 글로벌 커피시장에서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지난 4월 칼럼에서 소개한 컵오브엑셀런스(Cup of Excellence) 커피와 함께 비싼 커피의 대명사가 된 파나마 게이샤 커피는 제한적인 생산량과 더불어 특정 지역에서만 재배되면서 고품질과 그 특별함을 유지하고 있다. 주로 경매 시스템을 통해 판매되고 있고, 이런 배경으로 소수의 커피 업체나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 커피로 소비되고 있다.

일본 스페셜티커피협회에서 매년 진행하는 커피 트레이드 쇼. 전 세계 커피 트레이드 쇼에서 파나마 게이샤 부스는 항상 저렇게 사람이 많다. 무료 시음 때문이다. ⓒ윤오순

파나마 게이샤 커피는 원래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남서부 지역의 고리 게샤(Gori Gesha) 지역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최근 몇십 년간 그 인기가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생산되고 있고 대개 나라 이름에 게이샤라는 이름을 달고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이제는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중남미 국가들에서도 게이샤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특히 파나마 인근의 중남미 국가들인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등에서도 게이샤 커피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참고로 에티오피아 게샤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게이샤 커피와 혼용되고 있지만 영어 표기명이 Gesha로 파나마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 Geisha와 구분된다. 또한 일본의 전통문화로 남아 있는 게이샤(芸者)와는 영어 표기명은 같지만 서로 다른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즉, '게이샤'라는 단어가 각각의 분야에서 사용되며, 그 의미와 역할이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파나마 게이샤 커피가 유명해지면서 파나마로 커피 투어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한국에서 직항은 없고 인천공항에서 미국의 여러 도시를 경유해 파나마시티의 토쿠멘국제공항까지 가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파나마는 비행기로만 20시간 정도 걸리는 나라라서 아직은 쉽게 가기 어려운 나라이다.

윤오순 에티오피아커피클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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