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담은 안양의 사계"... 오용길 화백 풍경전

정자연 기자 2023. 6. 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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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길 화백 ‘마음을 담은 풍경’ 展
전통적 수묵산수화 ‘지필묵채’ 표현
안양평촌아트홀서 46점 작품 선봬
떠나간 마을-냉천동. 안양문화재단 제공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려 계절의 감각을 잊은 듯한 요즘, 전시장에 걸린 풍경 속엔 사계절이 또렷이 그 존재감을 알린다.

안양의 대표 화가이자 ‘21세기판 겸재’, ‘실경산수화의 거장’으로 불리며 한국화의 발전을 이끌어온 오용길 화백(77)의 ‘오용길 : 마음을 담은 풍경, 안양’이 지난달 23일 안양평촌아트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안양시 승격 5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으로 열린 이번 전시는 오 화백이 나고 자란 도시이자 삶의 터전인 안양의 풍경을 전통적 수묵산수화인 지필묵채로 표현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오 화백은 “내가 나고 자란 지역에서 맞이한 특별한 해에 선보이는, 작가 생활하며 제일 호강해보는 전시”라며 우스갯소리를 먼저 전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 3년간 화폭으로 옮긴 안양의 이곳저곳을 내걸었다.

오용길 화백. 정자연기자

오 화백이 담아낸 46점의 풍경엔 명산이나 절경이 없다. 꽁꽁 얼어붙은 땅에서 봄이 오길 기다리는 대춘(待春)의 안양예술공원부터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안양예술공원, 청록을 머금은 여름의 학의천과 개발로 이제는 정취를 감춘 냉천동의 아파트 전경 등 안양의 평범한 공원과 천변, 마을의 풍경을 담았다.

같은 공간이지만 봄과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혹은 해마다 작가가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고 풍경을 담아 냈는지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품은 듯 안양의 역사와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가장 눈에 띄는 장소는 안양예술공원이다. “안양의 여러 장소 중 안양예술공원이 사실 제일 마음에 든다.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시작한 곳이라 작가로서도 애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그의 말처럼 ‘대춘’, ‘봄의 기운’, ‘신록’, ‘가을서정’ 등 계절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은 안양예술공원의 정취가 느껴진다.

담벼락과 우거진 나무를 통해 동네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우진네 가는 길’은 오 화백이 아들의 이름을 따 제목을 지었다. 오 화백의 위트와 아들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작품은 작가를 닮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듯하다. 그의 작품에선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고 스스로 말하는 작가의 맑고 포근한 품성이 배어 있다. 작품에선 기본기를 철저히 지키면서도 화가가 추구한 색감의 조화와 표현법으로 따스함과 정겨움이 전해진다.

그 바탕에는 전통회화가 지닌 지, 필, 묵의 도구를 이용하면서도 오 화백만의 화풍이 묻어난 ‘품격’이 자리해 있다.

“제가 선택한 길은 수묵화를 현대에 맞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표현법으로 세계관을 짙게 드러내기보단 쉬운 표현으로 가슴에 와 닿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요. 예술의 본류와 기본적인 선, 품격 등 아카데믹한 태도를 지키면서 수묵화의 테크닉을 잘 보여주고 싶습니다. 작가가 고뇌나 그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사랑, 아름다움도 작가가 다뤄야 할 부분이지요.”

(왼쪽부터)별을 든 소년 안양예술공원·봄의 기운 전망대 가는길. 정자연기자

전시엔 주제별로 안양의 문인들이 창작한 시가 함께 걸려 시적 정취를 느낄 수도 있다.

형식과 주제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과 탐구를 통해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지역미술 활성화를 위해 애써 온 그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 대표 화가로 이제 조금 쉬어도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 화백은 답했다.

“이제 영감을 줄 만한 장소를 또 다시 찾아다녀야 할 듯합니다. 짧고 굵게 에너지를 불태우기보단, 성실하게 지속적으로 오래 버티고 싶거든요.” 전시는 이달 18일까지.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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