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최고법원 “폴란드 ‘판사 징계’ 사법개혁은 위법”…우파정권 타격

노지원 2023. 6. 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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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최고법원이 2019년 말 폴란드가 도입한 판사 징계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사법 개혁'이 유럽연합의 법률에 위배된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유럽사법재판소(이하 재판소)는 5일 보도자료를 내어 "2019년 12월 폴란드의 사법 개혁은 유럽연합의 법률을 위반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소는 "법의 지배라는 가치는 공동의 법적 질서로 유럽연합의 정체성에 필수적인 부분"이라면서 폴란드가 대법원에 설치한 징계위가 판사의 독립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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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린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건물에서 폴란드와 유럽연합(EU) 국기를 함께 흔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이 2019년 말 폴란드가 도입한 판사 징계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사법 개혁’이 유럽연합의 법률에 위배된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유럽사법재판소(이하 재판소)는 5일 보도자료를 내어 “2019년 12월 폴란드의 사법 개혁은 유럽연합의 법률을 위반한다”고 밝혔다. 폴란드의 집권당인 ‘우파 포퓰리즘’ 정당 ‘법과정의’(PiS)는 2015년 집권 뒤 정권에 비판적인 판사를 징계할 수 있게 대법원 아래 판사 징계위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긴 법을 도입했다. 유럽연합은 이에 대해 이렇게 되면 정부가 법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법의 지배’ 원칙이 훼손된다고 지적하며 이 법의 폐지를 요청해왔다.

이 문제가 유럽연합과 폴란드의 ‘정면 대결’로 치닫게 된 것은 유럽연합이 2020년 7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 회복을 위해 총 7500억유로(약 1050조원)의 부흥기금을 만들면서부터다. 그러자 폴란드는 2021년 3월 이 처분의 무효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폴란드의 우려대로 유럽연합은 9월 350억유로(약 49조원)의 팬데믹 복구 기금의 지급을 보류하게 된다.

유럽사법재판소는 그해 7월 폴란드에 징계위 가동을 잠정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2021년 10월 “폴란드 헌법이 유런연합 법에 우선한다”며 맞섰다. 이에 유럽사법재판소는 향후 100만유로(약 14억원)의 벌금을 날마다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누적된 벌금은 약 5억5500만유로(약 7700억원)에 달한다.

이날 재판소는 “법의 지배라는 가치는 공동의 법적 질서로 유럽연합의 정체성에 필수적인 부분”이라면서 폴란드가 대법원에 설치한 징계위가 판사의 독립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결했다. 이어 폴란드 법에 따라 판사는 기관·협회·비영리재단·정당 등에 가입한 사실을 밝혀야 하고 이 정보는 일반에게 공개되는데, 이는 사생활에 대한 존중 등 기본권을 침해하며 공정성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판사들을 “부당한 낙인찍기”의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폴란드 정부와 정부를 옹호하는 보수 언론은 반발했다. 폴란드 텔레비전 채널 <티브이피>(TVP)는 유럽사법재판소가 권력을 지나치게 휘두르며 “다시 폴란드를 공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강경파인 세바스티안 칼레타 폴란드 법무차관도 판결을 “코미디”라고 일축했다.

이날 재판소의 결정으로 폴란드 집권당이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국내외적 비판에 힘을 실리는 모양새다. 유럽연합은 그동안 ‘법과정의’가 이끄는 폴란드가 유럽연합의 법치주의 원칙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폴란드는 지난 5월 말에도 2007~2022년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이를 최대 10년 동안 관련 공직 분야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러시아 영향 공직자 퇴출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 제도에 대해서도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핑계로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한 도구로 악용할 수 있다는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법에 항의하는 4일 집회에 수도 바르샤바에만 50만명이 모였다. 1989년 폴란드에서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 최대 규모 시위였다.

이번 판결이 재판소의 최종 결정인 만큼 폴란드는 재판소가 불법적이라고 판단한 법의 요소들을 개정해야 한다. 폴란드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다시 벌금 등이 재정적으로 불이익을 가하는 조처가 부과된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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