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성발사 시도, 중러는 카디즈진입…한미일과 대치선 선명(종합2보)
한미일-북중러 외교적 대치 속 美中 대화모색…블링컨 방중 여부에 촉각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북한의 이른바 '위성 발사' 시도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 지수가 올라간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는 일종의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 국방부는 6일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채널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양국 군의 연간 협력 계획에 근거해 6일 동해와 동중국해 관련 공역에서 제6차 연합 공중 전략 순찰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11시 52분(이하 한국시간)부터 오후 1시 49분까지 중국 군용기 4대와 러시아 군용기 4대가 남해 및 동해 KADIZ에 순차적으로 진입 후 이탈했으며, 영공 침범은 없었다"고 밝혔다.
방공식별구역은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해 대응하기 위해 설정하는 임의의 선으로, 개별국가의 영토와 영해의 상공으로 구성되는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다.
따라서 타국 군용기의 방공식별구역 진입 자체가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 사이에서 이뤄질 경우 일종의 무력 시위 성격이 의심되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미리 짜 놓은 연간 군사 협력 계획에 따라 실시한 '순찰'이라며 '도발'의 성격과는 거리가 있음을 강변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세 나라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안보 공조를 강화하고, 그로부터 열흘 뒤인 같은 달 31일 북한이 탄도 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위성' 발사를 시도한 상황의 연장 선상에 이번 일이 자리한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삼고 있는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에 대해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에 한·일이 더 적극 동참하는 상황으로 인식한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 평가다.
이 같은 맥락을 감안할 때 한일 사이의 동해와, 미중간 대만해협 관련 갈등이 치열한 동중국해에서 벌어진 중국과 러시아 공군의 무력시위는 한미일을 동시에 견제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즉, 큰 틀에서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대치 구도를 재확인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외교 무대에서도 북한의 '위성' 발사 시도를 둘러싸고 두 진영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이 5월3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발사체 발사를 시도한 뒤 안보리가 2일(현지시간) 북한 관련 회의를 열었지만, 북한과의 전략 공조를 중시하는 중국·러시아와, 북한을 규탄하는 미국 등 다른 이사국들이 서로 이견을 드러내면서 규탄 성명이나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과 같은 공식 대응에 합의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 대표인 겅솽 주유엔 대표부 부대사는 "한 달여 전 워싱턴 선언에서 '확장억제'를 강화하겠다면서 (미국이) 전략 핵잠수함까지 한반도에 파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며 이는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로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 대신 한미를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주중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5일 "워싱턴선언은 고도화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 차원에서 합의한 것으로 여타국이 우려를 표명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측은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만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직면한 한국의 정당한 안보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이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기자의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은 시종 사안의 시비곡직에 따라 입장을 결정하고, 각 측 합리적 우려의 균형 잡힌 해결을 주장했다"며 "어느 한쪽의 우려만 중시하는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미일, 북중러 사이에 선명한 대치선이 그어진 상황에서 현 상황의 관리 또는 타개를 위한 미중간 대화 모색의 흐름도 존재한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세라 베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 일행은 5일 베이징에서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 양타오 북미대양주사(司) 사장(국장)과 각각 만나 대만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양측 모두 회동 결과 발표에서 "소통 유지"를 거론한 가운데, 2월에 예정됐다가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갈등 속에 무기한 연기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재추진될지 여부에 외교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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