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배 국립통일교육원장 “청년세대 통일 인식 옅어져… 교육 기본교재 제작에 온힘” [세계초대석]

김예진 2023. 6. 6. 19: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첫 사업… 심혈 기울여
북한 인권문제·자유민주적 통일 등 강조
언론서 “공정 서술·헌법 가치 충실” 평가
통일 담론 30년전과 비교 거의 변화없어
‘한반도 운명과 두 개의 특이점’ 저서 펴내
미래 통일 대한민국의 밑그림 그려놔야
굳건한 한·미동맹 기반 한·미·일 3각공조
인권·민주주의라는 국가적 연대 틀 갖춰
평화 구축 전략 토대 마련 1년 외교성과

통일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이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 4월 바른언론시민행동이 한국여론평판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20∼39세 남녀 1001명한테 물었더니 응답자의 61%가 “통일이 꼭 필요하진 않다”고 답했다. 북한의 호감도는 12%에 그쳤다. 88%는 “북한에 호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나빠진 남북관계는 윤석열정부 들어 더욱 경색됐다.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보는 청년들 시선은 곱지 않다. 이인배(56) 국립통일교육원장의 요즘 최대 고민은 ‘어떻게 하면 젊은층에 통일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리느냐’다. 마침 매년 봄 열리는 통일교육주간 행사를 막 끝낸 이 원장을 5월 31일 서울 용산 세계일보에서 만나 통일교육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인배 국립통일교육원장이 서울 용산 세계일보에서 통일교육 등을 주제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원장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현실을 한국 등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강조하며 “북한도 빛을 비추면 바뀐다”고 말했다. 허정호 기자
―지난해 10월 취임해 7개월가량 일했는데 임기(3년) 중 꼭 이루고 싶은 사업은.
“부임해 보니 (권영세) 통일부 장관님도 제일 걱정하는 게 청년 세대의 통일에 관한 생각이 엷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여러 통계도 나왔다. 그걸 교육원장이 바로잡는 데 중점을 맞추라는 게 장관님의 첫번째 지시였다. 원래 나는 안보학자 출신이다. 외교안보 전략을 큰 틀에서 공부하고 제안하는 일을 했다. 그렇게 살다가 한국폴리텍대학에서 3년간 일했다. 그럼 외교안보 정책도 해봤고 교육기관도 해봤으니 둘이 합쳐진 게 이 교육원이구나 싶었다. 어떻게 청년들이 통일에 관심을 갖게 만들지가 역점사업이다.”
―그동안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상반기에 제일 심혈을 기울인 게 통일교육 기본교재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통일은 이런 것이다, 역대 정부는 무슨 노력을 했다, 하고 설명하는 기본교재로 ‘통일문제 이해’와 ‘북한 이해’가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처음 만드는 것이어서 잘 만들려고 애썼다. 무엇보다 헌법에 준거를 뒀다. 우리 헌법 4조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이 취지에 맞게 국민들한테 소개하고 또 설득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북한 인권 문제나 자유민주적 통일, 이런 것들을 강조하며 작업을 했다. 전에는 북한 인권 부분이 많이 빠져 있어 이번에 보강했다. 책이 나온 뒤 여러 언론에서 ‘공정하게 썼고 헌법적 가치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일교육원이 실시하는 중요한 연례 행사가 어느새 11회를 맞은 통일교육주간이다. 매년 5월 마지막 주에 통일에 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국 곳곳에서 진행한다. 올해도 ‘자유로운 상상 평화통일 바람’이란 주제로 5월 22∼28일 열렸다. 개회사와 각종 기념사를 하고 시상식에도 참석하느라 이 원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1주일을 보냈다.
―올해 통일교육주간에서 기억에 남는 일은.

“통일교육원이 서울 수유리에 있는데 잔디밭이 예쁘게 조성돼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그곳에서 글램핑을 했다. 40명가량 참여했고 멀리 경남 통영에서 오신 분도 있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다가 나한테 와서 ‘저게 뭐예요’라고 물었다. 우리 교육원 경내에 옛 베를린장벽의 잔해인 돌덩이가 놓여 있는데 그게 뭔지 궁금해한 것이다. 내가 ‘한국처럼 독일도 과거에 분단돼 있었는데 둘을 가르는 벽의 일부였어’라고 답했다. 그러니까 아이가 ‘아, 그런 게 있었어요? 철조망으로 돼 있는 것 아닌가요’ 하며 놀라워했다. ‘독일은 통일된 지 벌써 30년이야. 우리는 아직 안 되어 아쉬워’ 등 얘기를 주고받았다. 갑자기 아이가 ‘그런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묻길래 ‘나는 여기 원장’이라고 했다니 ‘같이 사진 찍어요’ 하더라(웃음).”

―최근 ‘한반도 운명과 두 개의 특이점’이란 저서를 펴냈다.

“통일 담론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화가 없다. 이제 새로운 담론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던 차에 통일교육원 부임을 계기로 한 달 정도 고생해 책을 썼다. 두 개의 특이점 중 하나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통일이라는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운명이다. 다른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급격한 변화를 이미 경험하고 앞으로 더 많이 겪게 될 한국의 상황이다. 통일이 왔을 때 그동안 어떻게 준비했느냐에 따라 어떤 미래를 맞게 될지 종잡을 수 없다. 통일 대한민국의 그림을 미리 그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 이후 북한의 도로와 철도 건설, 주택 개선 같은 사업에 현재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 3차원(3D) 프린터 기술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청년들한테 했더니 눈빛이 반짝반짝해지더라,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청년 말씀을 많이 하는데 젊은층이 통일에 관심을 갖게 만들 대책은.

“청년들이, 미래세대가 통일을 왜 불편하게 여길까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청년들 본인이 마주한 현실이 너무 버겁다. 집값부터 삶이 얼마나 어려운가. 기성세대에 반감이 생기고 화도 난다. 그런데 그보다 더 통제할 수 없는 요소인 통일 얘기까지 꺼내면 청년들이 감당이 되겠나 싶다. 통일 같은 엄청난 변수까지 내 삶에 닥치는 것은 감당하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청년들이 이기적이거나 국가의식이 없어서가 아니다. 지금 상황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일단은 좀 더 구체적으로 행간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러고 나서 청년들 마음을 어떻게 다독일지 얘기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원장은 국제정치를 전공한 학자로 특히 동아시아 안보협력이란 주제에 오랫동안 천착해 왔다. 현 정부 들어 한·미·일 3국의 결속은 단단해지는 반면 한·중관계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건 중요하지만 북한에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중국과 좋은 사이를 유지하는 것 역시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동맹보다 민족’이란 정서가 강했던 지난 정권과 달리 현 정부는 한·미동맹을 중시한다.
“윤석열정부 1년 동안 외교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 나는 일종의 축성(築城)작업을 했다고 본다. 첫번째로 한·미동맹을 강화시켜 가장 안전한 성을 쌓은 것이다. 한·미·일 공조의 틀을 통해 두 번째 성을 쌓았다. 세 번째 성은 가치연대,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국가적 연대의 틀이다. 이렇게 안전한 성을 쌓았으니 그다음부터는 뭔가 하려고 할 것이다. 나는 이 3개의 성이 윤석열정부가 한반도 평화 구축 전략을 시작하기 위한 토대를 닦은 것이라고 본다. 축성이 끝났으니 집권 2년차부터는 성 밖으로 나가 북한을 만나고 또 설득하는 일들을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한다.”
―한·중관계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요즘 미국도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대신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을 이야기한다. 서방이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치명적이고 위협이 되는 부분만 중국으로부터 떼어 내겠다, 이런 뜻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대할 때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로 보는 정서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유화적으로 변하면서 중국과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와 맞물려 우리도 중국과의 관계가 지금보다 더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한반도 문제도 조금씩 풀릴 여지가 생긴다. 다수 전문가가 ‘중국을 대할 때 우리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원칙이 없으면 상대방이 헷갈리게 된다. 일례로 한·미동맹은 우리 원칙이다, 그러니 중국이 이것을 흔들어선 안 된다, 이렇게 대해야 한다. 반면 경제협력이나 관광 등에선 한·중 간 교류를 통해 양국 국민들의 정서적 유대를 높이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사안마다 이렇게 원칙을 갖고 임하면 중국도 ‘이런 얘기는 한국에 해봐야 듣지 않으니 조정이 필요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인배 국립통일교육원장은…
 
●1966년 경북 김천 출생 ●중앙대 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2001) ●외교부 외교안보연구원 책임연구원(1994∼2000)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2004∼2008)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실 행정관·선임행정관(2008∼2012) ●한국폴리텍대학 지역대학장(2012∼2015) ●사단법인 한반도미래포럼 기획이사(2015∼현재) ●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장(2022.10∼ 현재) ●저서 ‘동북아 안보공동체: 협력 안보의 모색’(2005) ‘동아시아, 갈등을 넘어 협력으로’(2011·공저) ‘한반도 운명과 두 개의 특이점’(2023)

대담=김태훈 외교안보부장, 정리=김예진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