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국내 불모지 파이낸스PR 개척… "외형보다 결이 다른 컨설턴트 하고 싶어"
美CMA 취득후 국내서 VC근무 경력… 회계분야 18년 베테랑
홍보대행사 거치며 파이낸셜 기반 홍보포인트로 승부수 띄워
재계약률 업계 평균 훌쩍 넘어… "PR영역 김앤장 만들고 싶어"
백조는 물 밑에서 쉬지 않고 발버둥 친다. 흔히들 아는 상징적인 문장이자 최근 종영한 드라마 '대행사'의 첫 회 소제목이기도 하다. 회계 분야에 뛰어든 지 18년이 넘은 회계 전문가 김태성(50·사진) 대표가 지난 2019년 차린 홍보대행사 '업사이드포텐셜앤컴퍼니'(업앤컴퍼니)가 하는 일도 어찌 보면 비슷하다. 다만 백조 그 자체라기보단 '몸통'이 우아하게 떠있을 수 있도록 열심히 움직이는 '다리' 역할을 한다.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업앤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마침 저녁에 직원들과의 '야시장'을 열기로 한 날이라며 팔을 걷어붙이고 테라스 공간에 텐트를 설치하고 있었다.
간단한 약력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김 대표는 대뜸 "전공(사회학·국제통상)과는 상관없는 IT컨설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3년 만에 회계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후 미국에서 CMA(Certified Management Accountant.US·국제공인관리회계사) 자격증을 땄다"고 입을 뗐다.
한창 정신없을 사회 초년생 시기 회계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에 대해 묻자 김 대표는 "의사결정자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여러 사람이 피땀 흘려 만든 수십, 수백 페이지의 제안서가 아닌 '숫자'가 적힌 페이퍼 한 장만을 보고 결정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기업의 '랭귀지'는 바로 회계라는 생각을 하게 된 후 그길로 미국에서 회계를 공부한 그는 한국에 돌아와 벤처캐피털(VC)회사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며 경력을 쌓았다.
수많은 코스닥 상장사와 비상장 기업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지만 승승장구만 했던 건 아니었다. 벤처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기업금융 관련 전문성을 키운 그는 30대 후반 들면서 어느 정도 '스킬'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독립했다. M&A부터 합병 후 통합관리(PMI·Post Merger Integration)와 엑시트(Exit)까지 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사모펀드를 운영하던 그는 소규모 인력과 함께 고군분투 하다가 2년 만에 업계에서 나왔다. 김 대표는 "실패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잘 꽃피우지 못한 비즈니스였다"고 평가했다. 고생 대비 성과도 크지 않았다.
이후 잠시 리프레시(?)겸 간 곳은 프레인이라는 국내 최대 규모 홍보대행사였다. 김 대표는 "광고와 PR의 차이도 모르던 사람인데 (이를) 프레인에 들어가서 처음 접했다"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7년 이상 하면서 PR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이뤄지는지, 또 PR의 전체적인 판도를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헬스케어, 자동차, 소비재, IT 등 여러 섹터 PR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의문을 불러 일으킨 건 파이낸스를 다루는 PR 섹터가 없다는 점이었다. 프레인뿐 아니라 다른 PR사에서도 파이낸스를 중심으로 하는 곳이 없다는 점에 의문을 품은 그는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콘셉트는 회계 전문성을 살린 홍보 대행사였다. 기업 내부에 마케팅·홍보·IR·재무 담당 직원이 있더라도 그들의 '랭귀지'가 모두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이 콘텐츠들을 '코디네이션' 해주는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김 대표는 "파이낸셜은 사람으로 치면 심장 역할인데, 섹터는 업앤다운이 있지만 금융이라는 것은 섹터 변동과 관련 없이 생존에 필요한 피를 보내준다"며 "단순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에이전트'보다는 파이낸셜을 기반으로 홍보 포인트들을 어떻게 묶고, 배치할지 같은 전략을 앞서서 제시하고 기업가치를 실질적으로 높이는 '컨설턴트'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파이낸스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면 기업들이 진짜 원하는 금융 파트에서 기업 가치를 올리는 파이낸셜 PR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 분야의 마스터가 되려면 여러 분야의 능력이 함께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분기보고서에서 손실이 발생했다고 하면 대부분 언론에서 실적 적자를 중심으로 다룰 텐데, 업앤컴에서는 분석을 통해 일시적 현상이거나 재무 개선을 위해 바뀌는 과정에 있다는 등 여러 사유를 미리 읽은 상태에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특히 상장사의 경우에는 해당 이슈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대응할지에 따라 효익이 천차만별"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별로 집중해야 하는 부분도 조금씩 다르다. 기술기업의 경우 당장의 실적대신 미래가치를 설명해야 한다.시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 투자 규모를 키워야 하는 기업 등 다양한 케이스와 회사 니즈에 맞춰 코디네이션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파이낸셜 커뮤니케이션은 국내 학계에서도 이제 막 논의되는 분야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이나 영국에는 연구 사례도 존재하고 이미 전문 에이전시도 존재해 기업 PR의 한 영역으로 자리잡은 데 반해 국내에선 불모지 같은 영역이다. 업앤컴퍼니는 지난달 열린 2023 한국광고홍보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파이낸셜 커뮤니케이션(Financial Communication)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특별 세션을 맡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아무래도 파이낸셜 PR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보니 회사 설립 5년차이지만 첫 2년은 적자였다"면서도 "일반 대행사와는 다르다는 점을 설득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아무도 거쳐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보니 그러려니 했다"고 웃었다.
하지만 파이낸셜 PR의 필요성에 공감한 팀원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김 대표의 내부 교육도 꾸준히 시너지를 내면서 차근 차근 파이낸셜 PR 전문 대행사로 포지셔닝하고 있다는 자평을 내놨다. 정확한 수치를 공개할 순 없지만 재계약률도 프레인에서 CFO를 하면서 경험했던 업계 평균 수준을 훌쩍 웃돈다.
가끔 회계적인 영역에 치우친 김 대표를 잡아주는 건 20년 가까이 홍보만 전문으로 해온 업앤컴퍼니 대표 PR 컨설턴트 노준형 이사다. 김 대표가 '투자자들' 입장에서 특정 이슈를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한다면, 노 이사는 미디어가 이를 어떻게 볼지, 즉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먼저 살핀다. 김 대표는 "제가 보기엔 중요한 기술이나 실적이어도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고 어떤 뉴스 가치를 가질지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는 건 노 이사에게 오히려 배웠다"고 말했다.
본인을 '워커홀릭'이라고 소개한 김 대표는 향후 개인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회사의 성장 관련 내용이 앞섰다. 그는 "추후 회사 규모가 커지더라도 직원이 100명, 200명 되는 회사를 만들고픈 생각은 없다"면서 "외형적 성장보다는 클라이언트가 느꼈을 때 정말 결이 다르고 , 서비스의 가치가 높구나, 또 다른 PR사와 비교해봐도 확연히 다르다고 느낄 수 있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그러면서 "김앤장 같은 전문적인 컨설팅 펌의 경우 '비싸도 거기가 낫다'는 확실한 브랜드 신뢰가 있는데, 파이낸셜 PR 영역에서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기대수명이 굉장히 늘었는데,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현업 실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싶다"면서 "직원들이 싫어하려나"하고 되물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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