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혁신위’ 사태에 커지는 이재명 책임론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래경 혁신위원장 임명 9시간 만 좌초를 두고 이재명 대표 리더십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6일 제기됐다. 이 대표가 혁신위원장에 자신이 통제 가능한 사람을 앉히려고 한 것이 초대형 인사참사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 사퇴 요구 등 책임론이 비등했다. 이 대표가 이번 사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으면 사퇴론이 확산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전날 혁신위원장으로 인선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 리더십의 문제점이 노출됐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이 이사장을 혁신위원장에 선임한 사실을 최고위원들에게 알린 시점이 “(인선 발표) 하루 전”이라며 “저희가 먼지털기식으로 검증하지는 않았다. 특별히 불법과 비리가 있는 정도를 검증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혁신위원장 인선 과정을 당 지도부에 널리 공유하지 않았고, 적절성 검증에도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혁신위원장 인선은 이 대표와 당내 소수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 인사들은 이 이사장 인선 발표 후 그가 다년간 사업 경력으로 현실 감각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것은 ‘천안함 자폭설’ ‘코로나19 미국 기원설’ ‘미 정보기관의 대선 개입설’ 등 각종 음모론과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인 2019년 ‘이재명 지키기’ 활동이었다. 전권을 갖고 당을 혁신할 능력에 대한 평가에 앞서 최소한의 합리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 부호가 붙었다. 이와 대비해 과거 이 대표에 대한 찬양 발언이 도드라졌다.
이 대표는 이 이사장의 각종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인선 2시간이 지난 뒤에야 “정확한 내용을 몰랐다”고 나왔다. 검증을 소홀히 했거나 국민 눈높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이사장 인선은 본인이 직접 최고위원회의에서 발표했지만 거취는 이 이사장에게 맡겼다. 이 이사장이 사의표명문을 내놓은 후 이 대표는 “사임하시겠다고 해서 본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반응했다.
민주당은 새로운 혁신위원장을 인선하기로 했지만 이 대표 체제에선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당내에선 확산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결국 이 대표가 자기 사람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하려다 발생한 사달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바라는 혁신도 당의 외연 확장이 아니라 친정 체제 강화라는 의구심도 더욱 커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혁신)위원장 인선을 공론화 작업도 없고 검증도 제대로 안 된 상태가 이 대표 체제의 본질적인 결함”이라며 “이 대표 체제의 결함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위를 두겠다는 것이었는데, 본질은 이 대표 체제를 강화하려는, 혁신위는 이 대표 심증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을 내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사퇴를 하루라도 빨리해야 될 것”이라며 “이 대표의 영향력이 막대하기 미치는 상황 속에서 온전하게 혁신위의 리더십이 있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SNS에서 민주당을 향해 “이재명이라는 특정 개인을 위한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모바일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는 이번 혁신위원장 인선 사태에 대해 조정식 사무총장이 사퇴하고, 이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원총회에서 혁신 요구가 나왔다면 지도부가 혁신의 목표, 대상 등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인사를 고르는 논의를 해야 했다”며 “(이 이사장의) 문제가 생겼을 때 ‘몰랐다’고 대응한 것도 이 대표 리더십의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현 지도부는 민심과 너무 동떨어진 판단과 행위를 한 것”이라며 “한 번 더 이런 일이 생긴다면 당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큰 타격이 될 것이기 때문에 (지도부가) 향후 어떻게 움직일지를 두고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이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이 대표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유튜브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게 나타난다”며 “‘이 대표 책임져라’ ‘이 대표 아닌 누구랑 총선을 치르자’ 하는 것은 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8일 의원총회를 연다. 이 대표가 ‘이래경 혁신위 좌초’ 사태에 대해 해명하지 않으면 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더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등 당 기구 구성에 있어 검증 등 실무적인 부분을 보완할 것이고 미흡했던 점, 논란이 있던 점에 대해서는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현충일 추념식에서 기자들이 관련 질의를 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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