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완판 행진은 옛말… 우후죽순 분양에 `공실산업센터` 오명

이미연 2023. 6. 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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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 폭탄 맞은' 다산신도시 지식산업센터 가보니
작년 5월부터 입주불구 공실 많아
입주 포기자 속출·'마피' 매물도
남양주 '지산'만 15곳 초과 물량
인프라 부족·수요예측 실패 지적
다산현대프리미어캠퍼스 지하층과 지상 2층 상가 공실 모습. 사진 이미연 기자
다산현대프리미어캠퍼스 오피스 층 공실에 붙어있는 부동산 전단지. 층마다 이런 전단이 덕지덕지 붙은 물량이 적지 않았다. 사진 이미연 기자
한강프리미엄갤러리 인근에서 추가 공급 예정인 지식산업센터 현장 부지에 펜스가 설치된 모습. 사진 이미연 기자

#서울 성수동의 한 지식산업센터(이하 지산)에서 IT기업을 운영하 던 A씨. 그는 직원이 늘어나 사무실을 넓히려 했지만, 성수동 내에서 A씨가 원하는 크기의 공실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A씨는 직원 일부가 경기 북부에서 거주한다는 부분에 착안해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지산을 분양받았다. 분양가격이 꽤 높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투자가 아닌 실사용 목적이니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변수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지나면서 발생했다. 경기침체로 사업 확장 속도가 주춤해지면서 사무실 확장 필요가 없어진 것. 직원들의 편의와 비용 계산을 끝낸 A씨는 분양받은 지산으로 직원 일부를 전환배치하려 했는데, 이마저도 접어야했다. 평내호평역 인근에 거주하는 직원은 "다산으로 배치하면 퇴사하겠다"라는 의향까지 밝혀 결국 A씨는 사무실 분산 계획을 완전히 포기했고 분양받았던 지산 오피스는 결국 매물을 내놨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던가. 다산신도시는 대형 지산 물량의 입주 일정이 비슷해 입주가 1년이 지났지만 공실이 적지않아 A씨는 분양가격보다 호가를 크게 내렸지만 매수세가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수도권 지식산업센터(지산) 물량이 '공실 폭탄'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적확한 수요 예상 없이 우후죽순 분양된 탓이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지난 2020년~2021년. 지산에는 주택시장 규제를 피하려던 투자수요가 몰렸다. '완판 행진'은 기본. '없어서 못사는' 물건이었다. 이름 그대로 '수익형부동산' 역할을 제대로 했다. 그러나 최근 물량이 집중되면서 1년 넘게 '공실산업센터'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 남양주의 다산신도시와 별내·왕숙신도시 등. 이들 지역은 택지개발지구가 들어서면서 자족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산 공급 광풍'이 불었던 곳이다. 아직 부지도 남아있어 추가 공급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기업체들이 접근하기에는 아직 교통이 불편한데다 인프라 부족이라는 입지적 한계에 공실 해결은 당분간 요원해 보인다.

지난 2일 기자가 찾은 다산신도시. 이곳은 작년 5월부터 대형 지산 물량이 본격 입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곳곳에 '임대'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빈 사무실이 많다보니 썰렁하고 을씨년스러운 느낌도 들었다. 여전히 공실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작년 6월 입주를 시작한 '다산현대프리미어캠퍼스'. 이 곳은 총 연면적 33만1454㎡로 오피스 1844실과 기숙사 274실, 상가 456실, 창고 128실 규모다. 분양당시 '국내 최대 비즈니스 복합문화 랜드마크'라고 광고하기도 했다. 분양 당시에는 '완판'이었다. 현재 입주 포기 등으로 계약이 취소된 오피스와 상가 물량이 일부 시행사로 되돌아왔다. 몸값을 내린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적지 않다.

지하와 지상층 상가 시설은 투명 유리로 구분되어진터라 공실 상황이 더 심각해보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상가 지하층에 자리한 멀티플렉스인 CGV, 볼링장, 대형 키즈카페 등에는 그나마 이용객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식당이나 카페 등 소규모 점포는 손님이 없어 거의 텅빈 상태였다.

오피스 층은 철문으로 나눠져 있어 눈으로 공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곳곳에 부동산 매매·임대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중개업소들은 외부에 알려진 '절반 이하'보다는 입주가 더 진행된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서는 자체적으로 오피스 1200실 정도가 입주해 6월 초 현재 입주율을 65%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건물 내 한 공인중개사는 "(다산신도시에) 공급이 많았던 것은 맞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입주가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라며 "다산현대프리미어캠퍼스가 작년 6월 입주를 시작했는데, 원래 작년 3월 입주 예정이었던 '한강 DIMC 테라타워'의 완공이 늦춰지며 순간적으로 공급이 몰렸던 셈"이라고 분석했다.

버스 20여분 거리의 또 다른 대형 지산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피스 1533실, 기숙사 252실, 상가 332실 규모인 '한강 DIMC 테라타워' 역시 공실 현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다산현대프리미어캠퍼스보다 입주가 한달 정도 빠르고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많아서인지 상가들이 꽤 입점해있었다. 오피스 시설은 공실 앞에 붙여있던 매물 전단이 제거된 곳들이 많았고, 사명이 부착되어 입주가 확실해보이는 곳들이 조금 더 많게 느껴졌다.

인근에 신규 입주 물량이 나온터라 당분간 공실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 대각선에 위치한 '한강프리미엄갤러리'는 최근 입주를 시작한터라 아예 새 건물 냄새가 빠지지 않았을 정도였다. 오피스 665실, 상가 73실 규모로 앞서 언급한 지산보다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지만 공실을 채우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까지 분양한 지산과 분양예정인 곳들을 포함하면 남양주에는 총 15개의 지산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왕숙신도시에 들어설 물량까지 더하면 남양주 지산은 그야말로 '물량 초과' 상황이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이런 심각성을 인지한 듯 정책을 짜내고 있다. 남양주시가 이제서야 일명 '지식산업센터 구하기' 작전을 시작한 것. 지난 3월 지역 내 사용승인을 받은 16개 지산 중 10곳의 입주업체 관리단과 공인중개사를 찾아 활성화 방안과 불편사항 등의 의견을 모았고 마케팅 지원책 등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산 공실폭탄의 가장 큰 요을 창업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시설만 늘린 '수요 예측' 실패로 보고있다. 특히 다산 같은 경우는 제조업 위주의 공장이 많았던 지역인데 대부분 사무용 시설이 공급됐다는 부분이 패착이라는 것이다.

실제 남양주시가 지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시설 입주 업종이 제조업, 지식 기반, 정보 통신 산업에만 한정돼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IT 기반 융합 사업, 전자 상거래, 교육 서비스 업종 등이 제한되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대중교통 불편과 세제 감면 지원, 환경 규제 완화, 놀이 시설·학원 등 앵커시설 입주 확대, 도시 철도 광역 교통망 조기 착공 및 개통 등도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상업용부동산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남양주 일대 지산은)스타트업 등의 창업 수요가 잘 들어가지 않으려는 서울 외곽인데다가, 인재(직원)를 구하기 쉽지 않은 지역이라 더더욱 외면받고 있다"며 "특히 입주 업체에 대한 규제 때문에 업체 수요가 한계에 다다른 지산 시장은 앞으로도 서울 송파 문정과 강동, 성수 외에는 전부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글·사진=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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