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없는 연주보다는 '김도현의 연주' 들려드리고 싶어요"

김수현 2023. 6. 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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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스위스 방돔 프라이즈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21년 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에서 준우승과 현대작품최고연주상을 차지하면서 세계 무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있다.

"커리어에 대한 욕심은 딱히 없어요. 유명 악단과 협연하거나 명문 공연장에 오르는 것은 제가 실력이 된다면 알아서 따라오는 것일 테니까요. 딱 하나를 바랄 수 있다면 오랫동안 사람들이 찾아서 들을 만한 연주를 남기고 싶어요. 커리어가 아니라 음악으로 기억될 수 있는 연주자요. 피아니스트로서 그보다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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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피아니스트 김도현
차이콥스키 세미파이널 특별상
국제적 주목받는 신성 연주자
마포문화재단 'M아티스트' 발탁
13일 시작으로 올해 4차례 공연
"커리어보단 음악으로 기억되고파"
피아니스트 김도현은 지난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사람들이 찾아서 들을 만한 연주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2017년 스위스 방돔 프라이즈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21년 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에서 준우승과 현대작품최고연주상을 차지하면서 세계 무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있다. 미래가 기대되는 신성(新星)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연주자 김도현(29)이다.

그의 남다른 연주력은 2019년 ‘세계 3대 콩쿠르’ 가운데 하나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도 빛을 발했다. 세미 파이널 특별상을 거머쥔 그는 당시 콩쿠르 조직위원장이던 거장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특별 초청으로 협연 무대까지 오르면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제적 주목을 받는 피아니스트 김도현이 올해 한국에서 네 차례의 기획 공연으로 청중과 만난다. 마포문화재단의 초대 ‘M 아티스트’로 발탁되면서다. 지난 5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아름답다’ ‘좋다’ 같은 모호한 심상을 넘어 선율에 담긴 이야기까지 온전히 전할 수 있는 연주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제 목표는 단순히 흠 없는 연주가 아니라 저만의 색깔이 명료히 드러나는 연주를 들려드리는 거예요. ‘김도현의 연주’로 기억될 만한 음악으로요. 제겐 이 공연이 또 하나의 도전인 셈입니다.”

피아노를 통해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선명히 표현해내겠단 의지는 그의 첫 리사이틀(13일) 레퍼토리에서 엿볼 수 있다. 리스트가 슈베르트의 가곡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작품과 시에서 영감을 받은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등 구체적 이야기를 내포한 곡으로 채워져 있어서다.

“이 작품들은 가사 또는 시를 통해 선율의 흐름, 악상 등이 또렷이 드러나 있어요. 여기서 매력적인 건 같은 장면이라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연주자에 따라 감정과 표현, 음색이 천차만별이라는 겁니다. 그에서 오는 특별함을 청중과 함께 느껴보고 싶어요.”

김도현은 ‘음악 영재’의 길을 걸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피아니스트로서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한 건 20대 중반 무렵이다. 미국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거장 피아니스트이자 천재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의 스승으로 유명한 세르게이 바바얀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선생님은 제가 친 음표 하나하나, 선율 하나하나를 전부 뜯어고치셨어요. 그러고선 ‘지금 디테일을 잡아두지 않고, 피아노 연습에 네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으면 나중에 분명 연주하는 게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하셨죠. 그때 큰 충격을 받았어요. 종일 연습만 하면서 살았습니다. 음악에 파묻힌 사람처럼요.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과 평범한 행복은 일부 포기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긴 계기였죠.”

피아니스트로서 김도현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월 독일 뮌헨의 클래식 매니지먼트사인 펠스너아티스트와 전속 계약을 맺은 그는 본격적으로 유럽 활동에 나선다. 그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커리어에 대한 욕심은 딱히 없어요. 유명 악단과 협연하거나 명문 공연장에 오르는 것은 제가 실력이 된다면 알아서 따라오는 것일 테니까요. 딱 하나를 바랄 수 있다면 오랫동안 사람들이 찾아서 들을 만한 연주를 남기고 싶어요. 커리어가 아니라 음악으로 기억될 수 있는 연주자요. 피아니스트로서 그보다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요.”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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