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코리아] 외국인 일손 부족하다면서 … 정상참작없이 불체자 낙인 '엇박자'
지난달 찾은 경기 화성 외국인보호소 면회소. 작은 면회실 8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보호복을 입은 구금자와는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수화기를 통해서만 대화할 수 있다. 죄수들이 수감된 교도소 면회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곳에서 만난 여성 A씨는 입소 5개월째다. 2년 전 대전의 한 대학에 다니기 위해 유학생 비자(D-2)로 입국했다. 체류 허가 기간이 2년인데 비자가 만료될 즈음 몸이 아팠다. 실수로 비자 연장 시기를 놓쳤는데 예외 없이 불법체류자가 됐다. 당장 생활비도 부족하고 범칙금도 내야 했다. 기간에 따라 200만~3000만원이다. 온라인 구인광고를 뒤져 한 업체에 간신히 취업했다. 첫 출근을 하던 날, 단속반이 들이닥쳐 보호소로 끌려왔다.
고의적인 불법체류는 아니지만 정상참작은 없다. 그는 곧 한국에서 추방된다. A씨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린다고 했다. A씨는 "한국에서 유학을 마치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무런 희망이 없다"며 울먹였다. A씨는 벌금 낼 돈도 없고 한국에 더 체류하고 싶어 출입국관리소와 아직 다툼을 벌이고 있다.
화성 외국인보호소는 강제출국을 앞둔 불법체류자를 일시 수용하는 곳이다. 통상 300~400명이 입소해 있고 1~3개월간 수용한 뒤 본국으로 추방된다. 불법체류자는 A씨처럼 단순한 실수형부터 입국 후 야반 잠적하는 경우까지 유형도 제각각이다. 기본적으로는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외국인은 그 체류 자격과 체류 기간의 범위 내에서 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다'는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다. 법무부는 실정법 위반에 따른 강력 대응을 원칙으로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경직된 외국인 관리 체계가 불법체류자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아정 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시민모임 '마중' 활동가는 "비자 만료일이 하루만 지나도 불법체류자가 되고, 교통법규 위반 등 작은 범칙 사항만 있어도 불법체류자가 되는 등 합법적 체류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특히 취업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업주와 다툼 등 어떤 사유로든 고용계약이 파기되면 곧바로 불법체류자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다. 특히 외국인 취업자가 가장 많은 비전문취업(E-9) 비자는 첫 3년간 3번만 사업장 이동을 허용하는 등 사업장 이동 제한이 되레 불체자 양산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임금 체불 등 고용주의 '갑(甲)질'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게 되는 사례도 많다.
이한재 변호사는 "업주들이 일부러 임금 지급을 미뤄 외국인을 불법체류자로 만든 뒤 돈을 안 주기 위해 이들을 신고하는 바람에 보호소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돈을 받아야 하는 외국인은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 보호소에 구금돼 있다"고 지적했다. 노호창 호서대 법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인이 5일 이상 결근하면 업주가 이탈에 따른 고용변동신고를 할 수 있는데 곧바로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며 "출국당하지 않으려면 한 달 이내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해야 되는데 악덕 업주들이 이를 악용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유학생 불법체류자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유학생(D-2·D-4)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은 주중 20시간(최장 35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다. 하지만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학생들은 허용된 근로시간과 업종을 넘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불법체류자가 된다.
특히 사증면제협정에 따라 90일간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 태국인은 최근 불법체류자의 '온상'으로 지목된다. 제주도를 통해 입국하면 무비자 국가에 적용되는 전자여행허가(K-ETA)도 필요 없다. 경기 남양주 마석가구공단은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불법체류자의 아지트가 돼버렸다.
고질적인 국내 일부 산업의 저임금 구조와 고용허가제의 난맥상, 부처 간 엇박자에 따른 행정 누수 현상이 복합적으로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박나은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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