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걸릴때까지 돈 벌래요"… 작정한 불체자에 속수무책

임성현 기자(einbahn@mk.co.kr) 2023. 6. 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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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안산 다문화거리 외국인 불법체류자의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민사회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난 4일 경기도 안산시 안산다문화거리가 외국인으로 북적이고 있다. 박형기 기자

몽골 출신 여성 C씨(39)의 한국 생활은 벌써 6년째다. 건설 현장 협력업체에 고용돼 주로 아파트 입주 청소를 하고 있다. 그는 서울 중랑구 월셋집에 산다. 입주 청소로 부지런히 뛰면 많게는 월 350만원까지 받다보니 고국에 매달 100만~150만원씩 부친다. 월세 40만~50만원을 내는 데도 큰 부담은 없다. C씨는 "몽골에 남편과 아이를 두고 왔지만 자주 통화하며 외로움을 달랜다"며 "사실 몽골에 돌아가기 싫을 정도로 이곳에 사는 게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몽골에서는 상상도 못할 월급을 받으며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C씨. 사실 그는 불법체류자다.

억울한 사연도 많지만 작정하고 불법체류자가 된 이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임금을 더 많이 받고, 일하기 편한 수도권으로 이탈하려는 근로자의 '을(乙)질'로 인한 자발적 불법체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당장 손에 쥐는 월급이 한국의 실정법을 위반하는 부담을 덮고도 남기에 위험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C씨는 2017년 3개월짜리 단기방문(C3) 비자로 한국을 찾은 뒤 체류기간을 넘겨 아예 눌러앉았다. C씨는 "6년간 한 번도 단속을 당한 적이 없다"며 "주변에도 여행비자나 학생비자로 와서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C-3 비자의 경우 영리 목적 취업 자체를 금한다. 영주나 귀화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기간 연장이나 체류자격 변경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더 체류하려면 고국으로 돌아간 뒤 다시 관련 비자를 받아 재입국해야 한다. 간혹 인도적 사유나 항공편이 없는 경우 등으로 인해 출국이 불가능하더라도 출입국사무소에서 심사를 받아야 체류가 가능하다. 설령 체류기간이 연장되더라도 최대 30일을 넘지 못한다. C씨는 "혹시 단속에 걸려 추방되면 몽골에서 여행비자도 받을 수 없다"며 "다시 한국에 오는 게 불가능해지고 가족도 비자를 못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C씨는 청소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해 월 100만원씩 더 벌고 있다. 몽골에선 시급 2000원이 평균이다. 남들이 선망하는 좋은 직장에 다녀도 월급이 100만원 정도인데 그에 비하면 한국만 한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C씨는 "일할 수 있는 만큼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행여 단속에 걸릴지 모를 부담만 덜면 불법체류자라도 산업재해처리가 가능하고 병원치료도 마음껏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비싼 병원비를 감수해야 하지만 불법체류자 신고 의무가 병원에 없기 때문에 단속은 피할 수 있다. 물론 근무하는 업체에서도 당장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법체류자를 눈감아주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불법체류자들이 브로커를 끼고 산재로 처리해달라고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며 "불법체류자라고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은 없다"고 전했다.

농어촌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계절근로(E-8) 비자도 불법체류자의 온상이 되고 있다. 2021년 엄진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전국 400여 개 농가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91%가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라북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외국인 계절근로자 1006명 중 30%가 넘는 321명이 무단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류 허용 기간이 너무 짧아 불법체류자로 유입된다는 지적에 따라 체류 허용 기간을 3개월에서 5개월, 이번에 다시 8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정부가 내놨지만 불법체류자가 양산되는 구조적인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근로자들이 국내 입국 과정에서 브로커가 개입돼 수수료 부담도 있다 보니 불법체류를 감수하면서까지 더 높은 임금을 좇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 계절근로자는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국가와 협약을 맺고 들여오는 방식인데 정작 사후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어 외국 인력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지자체는 관리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 고용허가제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계절근로자를 담당하거나 별도 조직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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