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감세 법안 211개 내놔…포퓰리즘이 재정건전성 망친다

5년간 82조 세수 부족

5만원권 지폐를 세고 있는 모습. 경향DB

올해 세수 펑크가 지속되고 있는 데에는 현 정부의 감세기조 뿐 아니라, 여·야 가리지 않고 200개가 넘는 각종 감세 법안을 발의해 관련 내용을 법안에 반영한 국회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5년간 82조원의 세금이 덜 걷히는 것으로 분석됐고, 거대 양당의 감세 포퓰리즘이 재정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6일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가 낸 ‘2022년 가결 법률의 재정소요 점검’을 보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감세 법안으로 5년간 연평균 16조3982억원, 총 81조9899억원(재정변동분 연평균 10억원 초과 법률 기준)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다.

국회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서 예정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개정 감세 법안에 의견이 반영된 의원발 감세 법안 건수는 총 212개(국민의힘 104개·민주당 107개·무소속 1개)에 달했다. 의견이 반영된 의원 법안은 가결된 감세 법안에 의원이 발의한 법안 내용과 취지가 반영돼 수정안반영 폐기되거나 대안반영 폐기된 법안으로 해석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을 3단계로 단순화하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하는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는데, 해당 법안은 지난해 12월 가결된 본회의 수정안에 반영돼 폐기됐다. 개정 법인세법(정부 대표 발의)은 구간별 1%포인트 법인세율을 내리는데 그쳤지만 배 의원 법안의 감세 취지는 반영된 것이다. 법인세율 인하로 연평균 3조1319억원의 국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1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의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를 일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박홍근 민주당 의원 법안도 개정 법인세법에 반영됐다. 이에 따라 일반 법인에 적용되는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는 기존 60%에서 80%로 20%포인트 상향됐다.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 상향으로 줄어드는 세수는 연평균 1604억원으로 추정된다. 법인세법 개정으로 2023년부터 5년 동안 연평균 4조1163억원, 총 20조5813억의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개정 법인세법에 반영된 의원 법안은 국민의힘 10건, 민주당 4건이었다.

5년간 41조1756억원이 감면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정부 제출안)에는 국민의힘 법안 71건, 민주당 법안 82건, 무소속 법안 1건이 반영된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5년간 13조4962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소득세법 개정안(정부 제출안·대안)에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법안이 각각 18건과 10건 반영됐다. 개정 종합부동산법에는 정부 제출안에 더해 민주당 의원 법안만 6건이 반영됐다. 종부세 개정으로 5년 동안 5조6009억원의 세금이 덜 걷힐 전망이다.

감세 법안을 가장 많이 반영시킨 의원은 총 19건을 통과시킨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이어 김수흥 민주당 의원(13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10건) 순이었다. 5건 이상 감세 법안을 내 개정 감세법안에 반영한 의원은 총 13면으로 국민의힘 6명, 민주당 7명이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정부의 감세 정책에 편승해 여당은 물론 민주당도 100건이 넘는 감세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무책임한 감세 경쟁을 하는 양당이 대한민국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총선을 앞두고 감세 포퓰리즘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전 조세재정연구원장)는 “대대적인 감세 세제 개편은 양당 모두 비판 받아야 한다”며 “경제 침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정부가 재정을 통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하는데 지금과 같은 감세 기조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