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감사·KBS 수신료···여야, 계산적으로 찬반 넘나들었다

조문희·이두리 기자 2023. 6. 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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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민주당 과거 입장 살펴보니
여당일 때 감사원 감찰 범위 확대 시도
KBS와 멀다 느낄 때 수신료 분리 주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의원들이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중앙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수용과 중앙선관위원 전원 사퇴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직무감찰할 수 있는지를 두고 여야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감사원 감사를 즉각 수용하라”고 공세에 나선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나친 흔들기’라며 방어 태세를 보인다. 공영방송 KBS 수신료에 대해선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분리징수 권고에 나서자 민주당은 “수신료를 무기로 공영방송을 길들이겠다는 선포”라며 반발하고 있다.

과거 전선도 이와 같았을까.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와 KBS 수신료에 대한 양당의 이전 입장은 종종 지금과 정반대였다. 대체로 여당일 때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감사원의 감찰 범위를 선관위까지 넓히려 하다 야당이 돼선 반대로 돌아섰다. KBS 수신료는 KBS가 자당과 가깝다고 느낄 땐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며 분리 징수를 반대했고, 멀다고 느낄 땐 분리 징수를 주장하며 KBS를 공격하는 카드로 사용했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말에도 국회에서 감사원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 선관위를 넣을지 여야 이견이 있었다. 야당인 신민당의 유수호 의원은 “(선관위 감사는) 야당 탄압 내지는 감독, 통제의 도구로 쓰일 우려가 있다”고 제외 대상에 넣자고 했다. 반면 여당이던 민주자유당(국민의힘 전신)의 이인제 의원은 “감사원이 선관위 직원들 직무감찰을 해, 그것이 정말 선거나 정당사무의 공정 관리에 치명적인 하자가 있다 그러면 그때 (다시) 고쳐도 결코 늦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선관위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주요 논의 대상이었던 헌법재판소만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 포함됐다.

김대중 정부인 2001년엔 야당인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이재오 원내대표가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서 선관위 공무원을 제외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안 이유는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을 지키고자 한다”였다. 반면 민주당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의 조순형 의원은 같은 해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고 하더라도 행정작용에 대해서는 직무감찰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감사원 편에 섰다. 지금 양당 입장과 반대였던 셈이다.

KBS 수신료 분리 징수와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도 양당의 입장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갈렸다. 한나라당은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야당으로서 분리징수 입법을 추진했지만, 이명박 정부에선 여당으로서 분리징수 주장을 접고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다. 2010년 1월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은 “수신료를 인상하면 7000억~8000억원이 미디어 광고시장으로 풀린다”고 수신료 인상을 긍정 평가했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2011년 한나라당의 KBS 수신료 인상안 추진에 반발하며 “수신료 인상 땐 통합징수 폐지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맞섰다.

박근혜 정부인 2014년에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은 MBC 출신 노웅래 의원 등이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을 내놨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같은해 5월 새누리당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BS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상정했다. 당시 미방위원장은 한선교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었다. 유승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단독 상정에 반대하며 “세월호 참사 상황에서 KBS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국민은 수신료 인상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KBS 수신료 분리 징수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또 한 번 정권에 따라 입장이 바뀌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는 정권을 잡고 나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이례적인 사례다. 여당이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물러나지 않았고, KBS 지휘부도 친정권 인사들로 교체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언론노조는 현 정부의 분리징수 움직임을 “언론통제, 방송장악의 칼춤”으로 보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입맛에 맞지 않는 경영진 및 방송 프로그램 구성을 길들이는 시도라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권 의도대로 KBS 지휘부를 교체하고 나면 정부가 분리징수를 유야무야 중단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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