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신으론 의대 못가…자퇴하고 수능만 올인"
서울 강남구에 사는 고등학생 박 모군(17)은 학교를 자퇴한 뒤 재수학원에 다니며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손꼽히는 좋은 학군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내신 경쟁이 워낙 치열해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작은 실수 하나에 내신 등급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수시전형으로는 원하는 의대에 가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 차라리 수능 공부에만 집중한다면 정시전형을 통해 원하는 학교에 가는 게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박군과 부모님은 재수학원을 알아보는 중이다. 박군은 "학교를 계속 다니면 내신이나 각종 교내활동 등 챙겨야 할 게 많아서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 같다"며 "수능에만 집중할 수 있으려면 차라리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는 게 나을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의대 열풍 속에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 가려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대학 입학은 이전보다 더 쉬워졌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선호하는 의·치·한의대나 상위권 대학 입학 문이 좁은 상태가 계속되자 일부 학생들이 학교 공부 대신 수능에만 집중하기 위해 자퇴를 하는 것이다.
교육 업계 관계자들은 검정고시를 보고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공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수능이 어려워지면서 이 같은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김 모씨(31)는 "의대 등 상위권 대학 입시는 여전히 어려워서 재수, 삼수도 많이 하고 수능도 매년 어려워지는 추세여서 학생들은 학교 수업만으로는 원하는 대학 진학이 어렵다는 생각을 계속하는 것 같다"며 "수시로 대학을 가려면 내신이나 각종 교내활동이 중요한데, 내신은 한두 번 미끄러지면 회복이 어려워 전략적으로 자퇴하고 수능에 집중하는 학생이 종종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대학 입시 목표가 뚜렷한데 내신이 좋지 않거나 학교 과정이 입시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 중에서 경제력 등 부모의 지원이 뒷받침되는 경우 이런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시 비율이 40% 가까이 커진 상황에서 자퇴 후 정시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늘면서 재수학원의 5%가량을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자퇴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시험에 합격하기 쉬운 검정고시를 빠르게 본 뒤 재수종합학원이나 재수기숙학원 등에 다니며 수능 공부를 한다. 서울 상위권 대학 공대에 재학 중인 A양(18)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 진학을 포기한 뒤 1년 동안 공부해 대학 입시에 성공했다. A양 가족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공부가 뚜렷해 고등학교에 가기보다 빨리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자 해 이 같은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검정고시 출신 대학 신입생 수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전체 34만2841명의 대학 신입생 중 검정고시 출신은 4355명으로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1년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신입생 수가 32만9843명까지 줄었지만 검정고시 출신 신입생은 오히려 6960명으로 늘어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를 우려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제도를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수능에 집중해 좋은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에게는 이 방식이 더 유리해 보일 수 있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수능에 집중하기 위해 자퇴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이면 오직 수능을 위해 (학교에서) 사회성을 기르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 등을 기르는 과정을 생략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이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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