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워싱턴의 걱정은 북핵보다 남핵

2023. 6. 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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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전문가의 속내 복잡
남핵파를 심정적으로 공감
안보 부담 감소도 바라지만
국제 리더십 포기할 수 없어
反남핵 입장 뒤집진 않을 것

대외 정책에 대한 담론에서 그전에 거의 없었던 주제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많아지고 있다. 바로 '남핵'이다. 갈수록 위험해지는 국제 상황에서 남한이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할 필요의 유무다.

물론 여론조사에서 일반 대중은 남핵 개발을 오래전부터 지지해왔지만, 전문가 및 결정권자들 가운데서 독자 핵무기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 전까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국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탄두와 ICBM을 개발할 뿐 아니라 국군의 재래식 전력 우월성을 극복할 전술핵무기도 개발하고 있어서 전략적 균형이 재편되고 있다. 한반도가 다시 전투장이 된다면 서울을 지키기 위해 LA가 위협에 직면할 수 있는 미국은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등장한 트럼프주의, 고립주의를 감안하면 한국이 미국 핵우산을 의심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래서 한국 엘리트 중에는 핵 개발을 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남핵파'가 등장하고 있다.

남핵파는 핵을 합법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그 선제조건으로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핵파는 미국을 비롯한 동맹 국가들이 남한의 특수한 상황을 인정하고 남핵을 인정할 줄 알고 있다. 이것은 매우 소박한 기대다.

필자는 최근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워싱턴에서 남핵에 대한 의견을 알아보고 있다. 남핵에 대한 미국 정치 엘리트의 태도는 혼네와 다테마에를 구별하는 일본 문화로 잘 표시할 수 있다.

미국의 다테마에, 즉 외면은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이 핵 비확산을 지지하고 NPT 탈퇴와 같은 행위를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태도다.

미국 외교 전문가들의 혼네, 즉 속마음에는 서로 다른 의견이 있는데 보다 복잡하다. 미국 외교 전문가 일부는 한국이 핵 개발을 희망하는 이유를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남핵 덕분에 미국의 전략적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은 NPT 체제 유지가 미국에 너무 중요하므로 남핵을 절대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혼네를 가지고 있다. 그래도 아마 남핵을 묵인하거나 나중에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람이 좀 더 많은 것 같다.

미국 엘리트층에도 한국 남핵파의 뜻을 이해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그래도 남핵파의 희망과 달리 미국은 다테마에를 포기할 수 없다. 미국이 한국의 NPT 탈퇴 및 핵 개발에 눈을 감는다면 미국의 국제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남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미국이 첫 단계에서는 한국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대체적인 주장은 한국이 핵 개발을 시도한다면 미국이 대남 제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직면할 제재는 대북 제재보다 가볍겠지만 무시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물론 미국의 장기적인 국익 및 많은 담당자, 전문가들의 혼네를 감안하면 반(反)남핵 태도는 오랫동안 실시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한국이 남핵을 시도한다면 첫 단계에서 미국의 압박을 받을 것이며, 대미 관계가 일시적이라도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 확실하다. 최소한 초기에는 남핵 개발이 미국과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보일 것이다. 미국의 분노는 진정성이 많지 않아서 몇 년 이내 한미 관계가 정상화될 것이다. 그래도 미국이 남핵을 허용할 거라는 희망은 근거가 없고 소박한 기대다.

미국의 뜻을 공개적으로 거스른 경험이 별로 없는 한국 정치 엘리트가 미국과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 아니지만 도전처럼 보이는 행위를 할 마음이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아직 알 수가 없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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