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자전거 대회 사진령
그란 폰도라 이름 붙은 각종 자전거 대회가 많아졌다. 그란 폰도는 이탈리아어로 크게 타기를 뜻한다. 보통 120㎞ 이상 주행하며 언덕을 여럿 오르내린다.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설악 그란 폰도는 주행거리 208㎞, 획득고도 3800m다. 이 코스를 12시간 이내에 돌아야 한다. 상당한 자전거 실력이 있어야 완주가 가능하다. 그란 폰도가 무리인 사람들을 위해서는 메디오 폰도가 있다. 마라톤으로 치면 하프 마라톤이다. 원자력 자전거 동우회의 일원으로서 자전거 애호가인 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설악 메디오 폰도를 경험했다.
그란 폰도에 포함된 언덕의 명칭에는 대개 '령'자가 붙는다. 구룡령, 조침령, 한계령 등이 그렇다. 충분한 속도를 유지한 채 ○○령을 오르기는 무척 힘들다. 넘기 힘든 유사 고개도 많다. 접수령, 숙박령, 기상령, 사진령 등이 그것이다. 자전거 애호가가 늘어나면서 그란 폰도, 메디오 폰도 참가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대회마다 참가 인원 제한이 있는 관계로 접수해도 참가권을 받는 게 쉽지 않다. 접수령은 선착순 접수의 어려움을 나타낸다. 숙박령은 하루 먼저 가서 현지에서 숙박하려 할 경우 숙소 잡기가 어려운 점, 기상령은 당일 새벽 3시경에 출발하기 위해 제때 일어나기 어려운 점을 빗댄 말이다. 마지막이 사진령이다.
대회 경로 곳곳에서는 프로 사진 기사들이 여럿 포진해 달려오는 선수들을 찍어댄다. 선수들은 사진사를 보면 안장에서 일어나 댄싱을 한다든가 멋진 활강 폼을 잡는다. 그래야 사진이 멋있기 때문이다. 대회 후 사진사마다 1만장 이상이 되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다. 그 많은 사진 중에서 자기 사진을 찾아내는 데 여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사진령 넘기가 어렵다. 일행이 찾아주면 엄청 고맙다.
그런데 올해 설악 그란 폰도에서는 사진령 넘기가 수월해졌다. AI로 번호표를 인식해 찾아주는 기능이 공식 사진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과속 단속과 주차 번호 인식에 이미 적용되는 기술이지만 자전거 대회에서 실제로 그 덕을 보니 아주 편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자전거가 점점 가벼워지고 부드러워지는데 이제는 대회 사진도 찾기 쉽게 됐다. 그렇지만 필자의 경우 진짜 멋진 사진은 마우스 돌리는 손가락과 화면을 보는 눈이 빠른 동료가 찾아줬다. 참가비를 조금 더 받더라도 AI 활용을 늘려 사진령 넘는 수고가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전거는 균형 잡힌 전신운동으로서 하체 강화와 심폐력 증진에 아주 좋다. 탄소중립에도 도움이 된다. 요즈음은 자전거 전용도로도 많아져 도로 주행의 위험도 많이 줄었다. 그래도 원전 설계와 운영에서와 같이 안전을 항상 먼저 의식하는 안전 제일 주행은 필수다. 실내에 스마트 롤러라는 것을 설치하면 가상세계에서 실제와 같은 느낌의 주행도 가능하다. 필자와 같이 자전거로 몸의 활력을 유지하는 사람이 늘어나길 바란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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