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술이 없다" 주류 수입, 수출 4배
국산주류 수출은 제자리걸음
고급술에 더 붙는 주세 바꿔
내수소비 늘려야 경쟁력 제고
주류 부문 무역 적자폭이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위스키 등 수입 주류 인기가 치솟는 반면 국산 주류 수출은 지지부진해서다. 정부는 K주류 해외 수출 지원에 나섰지만 '글로벌 시장에 내세울 만한 국산 주류가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K주류 수출 활성화를 위해선 국내 프리미엄 주류 산업 육성이 우선이며, 이에 따라 주류 가격이 높을수록 더 높은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세금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관세청에 따르면 국산 주류 수출액은 지난해 3979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3257억원에 비해 늘어났지만 2019년(4047억원) 수준을 여전히 밑돈다. 반면 주류 수입액은 큰 폭으로 치솟았다. 2020년 1조566억원, 2021년 1조3454억원에서 지난해 1조7219억원으로 증가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67% 증가한 셈이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1조3240억원으로 2019년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국세청은 지난 4월 'K-liquor 수출지원협의회'를 발족해 주류 수출 지원에 나섰지만 정작 해외에 내세울 만한 술이 없는 실정이다. 수출액 1위 주류인 희석식 소주의 경우 해외에서 모방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태국 주류 업체가 녹색병에 한글을 써붙여 만든 '건배 소주' '선물 소주' 등이 현지 마트 매대를 점령하고 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한국 희석식 소주를 베낀 로컬 소주가 태국 시장의 60%, 말레이시아 시장의 10%를 점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증류식 소주라고 수출이 수월한 것도 아니다. 외국 수입 주류 업체 소속 바이어들이 수입 여부를 검토할 때 내수 실적이 미미한 것을 지적하며 수출이 무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지난 4월 국내 증류식 소주 1위 업체 화요에 대만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바이어들이 찾아왔지만 "한국에서도 잘 마시지 않는 술을 어떻게 파느냐"며 수입을 고사했다. 지난해 희석식 소주 시장(출고액 기준)은 3조5000억원에 달하지만 증류식 소주는 700억원대 수준에 그친다.
수출할 전통주도 마땅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통주 제조면허를 취득한 업체는 2021년 기준 1401곳으로 다양화됐다. 전통주 품목 수는 많아졌지만 전통주 업체 중 80% 정도는 매출 1억원 안팎으로 영세하다. 업계에선 경쟁력을 갖춘 국산 주류 육성을 위해선 주세법 개정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현행 주세법은 맥주·탁주를 제외하고 출고가가 높을수록 더 높은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채택했다. 고급 원부자재를 사용한 술일수록 세 부담이 가중되고, 소비자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종가세를 양이나 알코올도수에 비례해 과세하는 종량세로 전환하면 서민이 즐겨 마시는 희석식 소주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게 부담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기본세액을 산정하고, 일정 도수 이상일 때 세액을 높이는 '도수 구간 종량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위스키의 경우 자국에서 널리 소비되다가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자리 잡은 다음 해외로 나가는 수순을 밟았다"며 "국내 주류 업체들이 내수에서부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주세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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