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썩은 부분' 어디까지…국정조사 '범위' 두고 여야 '줄다리기'
국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했지만 국정조사 범위 등 세부 항목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12일 본회의 국정조사안 의결을 목표로 선관위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연일 이어가는 중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6일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 통화에서 여야간 선관위 국정조사 관련 협상과 관련해 "아직까지 진전된 상황이 없다"며 "여야 원내대표나 원내수석부대표 등 실무 회동도 없었다"고 밝혔다.
여야는 '엄빠찬스', '형아찬스' 등 선관위 특혜 채용 의혹에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했지만 국정조사 범위와 기간 등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북한 해킹 공격 관련 국가정보원 보안점검 거부 등 선관위를 둘러싼 논란을 전반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조사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기 보다는 특혜채용 의혹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1일과 5일 세 차례에 걸쳐 회동하는 등 협상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정조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국정조사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장 원내대변인은 "민주당도 국정조사 자체에 미온적이거나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알려진대로 국정조사 범위를 두고 당내 의견 수렴 중인 것으로 알고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안을 의결한다는 목표다. 징검다리 휴가와 현충일 행사 등이 마무리 되면 이번 주 본격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주안에 대상과 범위 등을 확정 지으면 12일 본회의 의결은 가능하다"며 "여야 결단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가 다음주 월화수(12,13,14일)에 예정돼 있다. 그전에는 어떻게든 (협의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송 원내수석은 '이 원내수석이 다음주까지 협의가 될 것이라고 했다'라는 질문에 "그때까지 합의할 수도 있고 그러니까 (협상을)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감사원의 감사와는 별개로 국회는 신속하게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선관위 조직과 인사시스템에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선관위를 쇄신할 제도적 방안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선관위를 마냥 두둔해 온 민주당도 이번 국정조사만큼은 뭉개거나 터무니없는 조건을 달며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선관위도 민주당도 이번만큼은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감사원 감사와 관련 선관위에 대한 압박 수위도 한층 강화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노태악 위원장은 계속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다 3주 만에야 얼굴을 비추더니 사과했지만 헌법기관의 독립성을 무기로 휘두르며 감사원 감사는 끝끝내 거부했다"며 "이쯤 되면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라 '국민분노유발위원회'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한가롭게 감사원 감사를 검토할 때가 아니라 지금은 선관위의 명운을 걸고 즉각 수용해야 할 때"라며 "선관위 개혁을 위한 마지막 퍼즐은 딱하나, 이번 사태의 최종책임자인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원의 전원 사퇴로 일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정책위의장을 지낸 성일종 의원은 이날 YT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지금 선관위에서 독립성 운운하는데 인사채용을 하면서 나온 이러한 문제점들이 정치적 중립성하고 무슨 관련이 있나"라며 "이 부분이야말로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이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주말 이례적으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여는가 하면 전날 의원총회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썩은 부분을 찾아 도려내야 한다"며 노태악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문도 채택했다. 이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여당 원내부대표단은 이달 7일 경기도 과천에 있는 선관위를 방문해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8일에는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이 청년들과 함께 선관위를 방문해 선관위원 전원 사퇴를 요구할 방침이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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