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0년’ 되찾은 일본증시의 실험···한국도 주주환원 확대 강화

권정혁 기자 2023. 6. 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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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전경. 경향신문 자료 사진

일본증시가 최근 거품경제 시기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한 이유 중 하나로 주주환원 확대 정책이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당국이 기업들에 주주환원 강화 정책을 요구하고 있어 이같은 흐름이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5일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거래일 종가보다 693.21포인트(2.20%) 오른 32217.43에 마감했다. 이는 1990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토픽스(TOPIX)지수는 전장 대비 37.09포인트(1.70%) 상승한 2219.79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중국의 성장엔진이 주춤한 사이 일본의 경기 회복세가 확인되고,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등이 맞물려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주 친화적인 시장 환경 역시 일본 증시의 변화로 분석된다.

일본 기업들의 주주환원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회계연도 기준으로 일본 기업의 자사주 매입 총액은 9조엔(약 84조2769억원)으로 16년 만에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배당금을 포함한 일본의 전체 주주환원 규모는 약 24조1000억엔(약 225조6748억원)에 달한다.

일본 닛케이 255 지수 추이. FactSet, KB증권

특히 지난 4월 도쿄증권거래소(TSE)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이하인 상장사들에 주가 상승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대놓고 주문했다. 이에 미쓰비시상사, 후지쓰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고 미쓰비시중공업은 배당을 대폭 늘렸다. PBR은 기업이나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자본)으로 나눈 지표로, PBR이 1인 경우 주가가 순자산의 1배 수준에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PBR 1배 미만의 기업은 시가총액이 회사를 청산한 가치보다 낮은 상태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원래부터 주주환원이 활발했던 나라는 아니었지만 지속적인 저평가 국면 속에서 정부가 증시를 활성화하기 위한 타개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 행동주의 펀드가 약진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2014년 7개에 불과했던 일본 내 주주행동주의 펀드 수는 2020년 기준 44개까지 늘었다. TSE가 주주환원 개선안을 요구한 이후로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는 주주제안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접수된 주주제안 중 ‘주주환원 강화’ 안건의 비중은 37.2%(전체 113개 주주제안 중 42개)로 전년 동기 대비 12.2%포인트 증가했다.

(단위: 1조엔, 자료: Bloomberg,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

한국도 주주 환원 기조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자사주 규제 강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금융위 자문기구인 금융발전심의회는 최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금융위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또한 상장사가 주주 제안 및 서한을 접수한 즉시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자사주 제도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수단으로 남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는 “정부 정책효과, 행동주의 펀드 활동 등으로 과거에 비해 배당성향은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기업들은 배당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배당성향을 확대해야 증시 저평가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코스피 PBR은 0.97로 작년 동기(1.08)에 비해 되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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