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강의 고효율, 데드볼 스페셜리스트 이승원의 ‘황금빛 오른발’

윤은용 기자 2023. 6. 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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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20 축구대표팀 주장 이승원이 5일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4년 전 폴란드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사상 첫 FIFA 주관대회 결승으로 이끈 것은 단연 이강인(마요르카)이었다. 이강인의 ‘황금 왼발’이 조별리그부터 결정적인 순간마다 번뜩였고, 세계적인 강호들이 줄줄이 무릎을 꿇었다.

시간이 흘러 아르헨티나에서 진행중인 2023 FIFA U-20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는 김은중호에서는 주장 이승원(강원)의 ‘황금 오른발’이 4년 전 이강인 못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하며 한국을 이끌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승원이 이번 대회에서 뽐내는 존재감은 어마어마하다.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총 5경기에 출전해 1골·4도움을 올리고 있다. 이강인이 4년 전 결승까지 7경기에서 올린 공격포인트가 총 6개(2골·4도움)였다. 4도움은 한국 선수가 단일 FIFA 주관대회에서 올린 최고 기록이다.

이승원의 기록이 더 놀라운 이유는, 출전시간이 이강인의 절반에 미치지 못함에도 비슷한 수치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강인이 폴란드 대회에서 결승까지 총 7경기 621분을 소화한 반면, 이승원은 8강전까지 5경기에서 396분만 뛰었다. 선수들의 체력을 아끼기 위해 철저한 출전 시간 관리를 하고 있는 김은중 U-20 대표팀 감독은 이승원에게도 똑같이 이를 적용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효율을 냈다.

특히 이승원의 도움 4개가 전부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다는 것도 놀랍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기록하고 있는 득점이 8골인데 그 중 절반에 이승원이 관여했다. 엄청난 연습을 해도 실전에서 성공시키기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세트피스인데, 위치를 가리지 않고 크로스를 올리는 이승원의 오른발의 성공률은 대단하다.

이승원은 그리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연령별 대표팀에 뽑힌 적도 없었고, 지난해 12월 강원FC에 입단했지만 K리그1 데뷔전은 아직 치르지도 않았고 강원 B팀이 뛰는 K4리그만 경험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단국대에 입학한 이승원에게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아준 김 감독은 그를 높이 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체력, 기동력, 기본기 등 미드필더로 어디 하나 손색이 없는 데다 근면하고 성실했기 때문이다. 이승원은 김 감독의 신뢰 속에 주장 완장까지 찼다. 앞으로 나서지 않고 묵묵히 동료들의 뒤를 받치는 그의 리더십은 선수들 모두가 인정한다. 지난 3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0 아시안컵 8강 중국전에서 이승원이 부상으로 이탈해 준결승전에 나서지 못하자, 준결승전에 나선 선발 선수들이 이승원의 유니폼을 들고 사진을 찍은 것은 동료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4년 전 이강인은 한국의 우승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압도적인 활약으로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수상했다. 이번 대회 이승원도 결승까지 팀을 이끌 수 있다면 유력한 골든볼 후보가 될 수 있다. 조용하고 눈에 띄기 싫어하는 이승원이 이제 전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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