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물속 같은 전시장서 깨닫는 자연
내달 22일까지 글래드스톤
갤러리 전체에 세로로 뻗어나오는 검정 물결선이 몽롱하다.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옵아트(지각적 추상 예술) 형식으로 갤러리 전체에 파란 벽화가 만들어지고 하얗고 반질반질한 대리석 부조가 띄엄띄엄 한 점씩 걸렸다.
우아한 선인장과 산호 조각으로 유명한 스위스 작가 클라우디아 콤테(40)가 아시아 첫 개인전을 글래드스톤갤러리 서울에서 7월 22일까지 연다. 작가는 2019년 카리브해 국가 자메이카 포틀랜드 해안가 10m 심해에 콘크리트 재질 선인장 조각 등을 영구 설치해 화제를 모았다. 그곳 TBA21 재단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머물 때 그 조각 위에 산호를 양생하는 생태학자들의 실험에 합류한 것이다. 스노클링이나 다이빙으로만 실제 설치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니 아쉽다.
그 경험을 토대로 서울 전시는 바닷속 같기도 하고 하늘 같기도 한 푸른빛 벽화와 산호나 선인장을 새긴 대리석 부조로 단순하게 재현했다. 특이한 것은 대리석 작품이 액자처럼 사각 틀에 들어가 있고 측면 테두리에 작품명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주로 신문 헤드라인(제목)에서 따온 것들이다. 'Even the Cactus may not be Safe from Climate Change(선인장조차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One-third of all Plant and Animal Species could be Extinct in 50 Years, Study warns(모든 동식물종의 3분의 1은 앞으로 50년 이내 멸종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Climate Crisis making Autumn Leaves fall earlier, Study finds(기후변화로 나뭇잎이 더 일찍 떨어진다는 연구가 나왔다)' 등이다.
선인장과 산호에 주변인 이름을 붙일 정도로 아낀다는 작가는 "입구에서부터 하늘을 날거나 물속에서 유영하는 환경처럼 느끼고 몰입하게끔 하고 싶어 장소 특정적 작업을 기획했다"면서 "우리가 도피하거나 간과하고 있는 환경생태계를 재조명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인식하게끔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인구 300명 규모의 작은 스위스 시골 마을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무료함을 달랬던 작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한 작업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본인이 직접 나무로 만든 조각을 3D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하고 이탈리아 카라라 대리석 산지로 보내서 대리석 부조로 완성한다.
그는 초기에 바버라 헵워스 등 모더니즘 조각의 유기적이고 부드러운 질감을 연구하고 차가운 느낌의 옵아트와 친근하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장소 특정적 벽화를 함께해 왔다고 한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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