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콘텐츠 찾아라 … 글쓰기 플랫폼 만드는 서점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6. 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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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감소에 IP확보 전략으로
카카오 '브런치' 대항마 등장
알라딘 '투비컨티뉴드'는
웹툰·웹소설·번역물 연재
밀리의서재 '밀리로드'는
소설·시 올리는 공간 열어
알라딘 '투비컨티뉴드'에 연재된 웹툰 '그래일기'와 '백설의 초인종', 밀리의 서재 '밀리로드'에 연재된 SF소설 '별보다도 빛나는', 에세이 '미니멀 라이프'(왼쪽부터).

출판사 사장들에게는 오랫동안 카카오의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가 금광이었다. 공전의 베스트셀러인 '90년생이 온다'의 임홍택, 정문정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등과 새로운 스타 작가가 이 열린 글쓰기 공간을 통해 탄생했다.

올해 들어 온라인 대형 서점들이 글쓰기 플랫폼을 열면서 '제2의 브런치'를 만드는 데 도전하고 있다. 알라딘은 최근 콘텐츠 플랫폼 '투비컨티뉴드'를 선보였고, 5월 독서구독 서비스 밀리의서재는 '밀리로드'를 공개했다. 독서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어려움과 코로나19 특수가 끝난 시기적 어려움이 겹치면서 정체된 성장을 지식재산권(IP) 확보를 통해 돌파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두 플랫폼은 모두 확장된 장르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낮아진 진입장벽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투비컨티뉴드'는 일상 글이나 로맨스나 판타지 같은 장르의 웹툰, 웹소설은 물론이고 에세이와 일상툰, 번역물까지도 다양하게 연재를 할 수 있다. 1월 첫선을 보인 이후 김그래의 일상툰 '그래일기', 선우훈의 '세상을 바꾼 노래들', 롱토피아의 웹툰 '백설의 초인종' 등이 인기 작품이 됐다.

'출판 비즈니스의 바이블'이라고 부르는 150년 전통의 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를 번역 연재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해외 콘텐츠를 알라딘이 계약하고 번역가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도 만들었다. 유튜브와는 달리 작가가 90%를 가져가는 높은 배분율을 책정했다. 연재 작가들은 자신의 글 가격을 직접 매길 수도 있고 무료로 공개한 콘텐츠는 향후 구독 서비스가 도입되면 음원 수익처럼 정산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김병희 알라딘 이사는 "영상만이 아닌 글쓰기를 통해서도 수익을 내는 크리에이터가 탄생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싶다. 운영을 시작하고 콘텐츠를 유료로 전환해서 판매량을 늘리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실감하고 있는데, 가치 있는 콘텐츠를 번역하는 것으로도 수익이 나도록 해외 잡지들을 지속적으로 계약해서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가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밀리로드'는 진입장벽 없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지난 5월 11일 첫 출시한 후 1달여 동안 400개 이상의 작품이 연재되고 있다. 한 달에 5개 작품까지 사용할 수 있는 '밀어주리'를 누른 독자가 1000명에 도달하면 내부 심사를 거쳐 오리지널 작품으로 정식 연재와 전자책 출간 등의 기회가 주어질 예정이다.

밀리로드는 에세이뿐 아니라 소설과 시 등 문학 장르까지 도전이 가능하다. 기성 작가들도 작가군으로 대거 합류해 김준녕 소설가, 정현우 시인, 이동수 작가 등이 연재 중이다. 문보영 시인도 여러 작가의 낙서 습관을 탐구하는 '낙서 연구'라는 이색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정진아 밀리의서재 출간플랫폼팀장은 "글쓰기의 대중화가 된 시대라 어떤 글이 인기를 얻을지 앞으로는 알 수가 없다. 일반인 작가를 발굴하는 게 중요해졌고, 실제로 기성 문인 외에 인기 작가 10인 중에는 허미미, 이로부처럼 처음 글을 쓰는 작가가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선발 주자인 교보문고는 톡소다, 예스24는 북팔 등을 통해 웹소설로 외연 확장에 나선 바 있지만, 이들 후발 주자는 출판과 연계되는 작가 발굴로 방향을 잡았다. '원조 맛집'도 수성에 나섰다. 8년 차가 된 브런치도 지난 3월 자사의 비슷한 카카오스토리와 블로그인 티스토리까지 통합해 브런치스토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출판사 대표는 "한동안 브런치에서 작가 발굴이 유행이었지만, 직장인 작가들의 고만고만한 에세이만 늘어나면서 이제는 참신한 작가가 잘 보이지 않는다. 글쓰는 공간만 제공해서는 새 플랫폼의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고, 수익을 어떻게 만들고 나눠줄 것인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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