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화·교통혼잡·주차난의 역설…서울백병원, 경영난에 ‘역사 속으로’

김범준 2023. 6. 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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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인제학원 이사회 폐원안 의결 예정
2004년 적자 전환 후 19년간 누적 적자 1745억
서울백병원, 수년간 경영정상화TF 대응했지만
"의료사업 추진 불가능"…폐원시 고용승계키로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서울 도심에 83년째 자리 잡고 있던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누적 적자에 따른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폐원 수순을 밟는다.

6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6일 인제대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오는 20일 학교법인 인제학원 이사회를 열고 최근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에서 결정한 폐원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폐원안이 의결 되면 1941년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처음 ‘백인제외과병원’ 명칭으로 개원해 올해 82주년을 맞은 서울백병원은 문을 닫게 된다.

1975년 완공된 현재의 서울백병원은 당시 지하 2층~지상 13층 총 350병상 규모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종합병원이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대회 지정병원으로도 선정됐다. 또 국내에서 간이식 수술을 최초로 집도하는 등 대학병원 중 역사성과 상징성이 큰 곳으로 평가 받아왔다.

하지만 서울백병원은 찾는 환자가 줄면서 2004년 연간 73억원 손실을 기록하고 처음 적자 전환했다. 이후 지난해 161억원 손실 등 적자 폭이 날로 커지면서 지난 19년간 누적 적자는 무려 1745억원에 달한다.

서울백병원의 환자와 의료이익이 줄어들게 된 주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지리적 요인이 꼽힌다. 유동 인구는 많지만 상주 인구가 적은 ‘도심 공동화’로 주거 밀집지역에 비해 의료 수요가 낮기 때문이다.

또 서울 도심의 경우 평일에는 출퇴근 등 차량 통행이 많고 주말에도 각종 집회·시위 등으로 잦은 교통 체증으로 인해 긴급한 수술이 필요한 중환자나 응급 환자가 방문하기 어렵다. 가깝지만 오히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도심 내 좁은 부지와 비싼 지대(땅값)로 인해 추가 병동과 주차장 등 각종 편의시설 확장 자체가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혔다. 실제 서울백병원은 종합병원인데도 지하주차장이 없고 지상 주차 공간은 10여대 뿐이다. 환자 등 방문객들은 인근 주차타워나 교회 등 다른 건물과 연계한 주차 공간을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6일 경영난으로 폐원 수순을 밟게 된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런 이유들로 서울백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다 보니 자연스레 병원의 이익도 줄어들고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2000년대 들어 서울 주요 지역에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종합병원들과, 주요 대학병원들의 투자 확대가 늘면서 서울백병원이 경쟁력을 잃고 환자들이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이 재단 본원인 만큼 상징성이 큰 만큼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2016년부터 병원 내 경영정상화 TF를 운영하면서 지난해까지 매년 30억~50억원을 들여 건물 로비, 외래 진료 공간, 수술실, 병동 리모델링 등 시설 개선에 투자했다. 또 외부 컨설팅도 수차례 받아가면서 병상 수를 줄이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턴 수련병원으로 전환하는 등 구조 조정을 통한 자구 노력도 벌여왔다.

올 들어 약 5개월에 걸친 정밀 외부 컨설팅을 통해 종합병원 대신 건강검진센터, 외래전문병원, 요양병원 등 다른 형태의 의료기관으로 전환 등 가능한 대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의료 관련 사업은 모두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평가 결과를 받으면서 결국 TF가 최근 이사회에 폐원안을 상정한 것이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최근 환경 변화 등 여러 요인들로 발생한 누적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년간 다각적인 노력과 투자도 해봤지만, 더이상은 어려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경영정상화 TF 결과”라며 “상정안이 오는 20일 이사회에서 의결되기 전까지 폐원이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폐원할 경우 고용 승계와 환자 인계, 부지 처리 등 향후 계획도 순차적으로 결정해 나갈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이 폐원하더라도 법인 내 다른 병원을 통해 의료진 등 직원 약 400명의 고용은 승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서울백병원 온라인 홈페이지는 병원 소개와 온라인 예약 안내 및 접수 등 정상 서비스 중이다. 이사회 의결을 통해 폐원이 결정되면 관련 공식 안내문을 게재할 계획이다. 인제학원은 현재 서울백병원 외에도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김범준 (yol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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