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화·교통혼잡·주차난의 역설…서울백병원, 경영난에 ‘역사 속으로’
2004년 적자 전환 후 19년간 누적 적자 1745억
서울백병원, 수년간 경영정상화TF 대응했지만
"의료사업 추진 불가능"…폐원시 고용승계키로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서울 도심에 83년째 자리 잡고 있던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누적 적자에 따른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폐원 수순을 밟는다.
1975년 완공된 현재의 서울백병원은 당시 지하 2층~지상 13층 총 350병상 규모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종합병원이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대회 지정병원으로도 선정됐다. 또 국내에서 간이식 수술을 최초로 집도하는 등 대학병원 중 역사성과 상징성이 큰 곳으로 평가 받아왔다.
하지만 서울백병원은 찾는 환자가 줄면서 2004년 연간 73억원 손실을 기록하고 처음 적자 전환했다. 이후 지난해 161억원 손실 등 적자 폭이 날로 커지면서 지난 19년간 누적 적자는 무려 1745억원에 달한다.
서울백병원의 환자와 의료이익이 줄어들게 된 주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지리적 요인이 꼽힌다. 유동 인구는 많지만 상주 인구가 적은 ‘도심 공동화’로 주거 밀집지역에 비해 의료 수요가 낮기 때문이다.
또 서울 도심의 경우 평일에는 출퇴근 등 차량 통행이 많고 주말에도 각종 집회·시위 등으로 잦은 교통 체증으로 인해 긴급한 수술이 필요한 중환자나 응급 환자가 방문하기 어렵다. 가깝지만 오히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도심 내 좁은 부지와 비싼 지대(땅값)로 인해 추가 병동과 주차장 등 각종 편의시설 확장 자체가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혔다. 실제 서울백병원은 종합병원인데도 지하주차장이 없고 지상 주차 공간은 10여대 뿐이다. 환자 등 방문객들은 인근 주차타워나 교회 등 다른 건물과 연계한 주차 공간을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이 재단 본원인 만큼 상징성이 큰 만큼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2016년부터 병원 내 경영정상화 TF를 운영하면서 지난해까지 매년 30억~50억원을 들여 건물 로비, 외래 진료 공간, 수술실, 병동 리모델링 등 시설 개선에 투자했다. 또 외부 컨설팅도 수차례 받아가면서 병상 수를 줄이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턴 수련병원으로 전환하는 등 구조 조정을 통한 자구 노력도 벌여왔다.
올 들어 약 5개월에 걸친 정밀 외부 컨설팅을 통해 종합병원 대신 건강검진센터, 외래전문병원, 요양병원 등 다른 형태의 의료기관으로 전환 등 가능한 대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의료 관련 사업은 모두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평가 결과를 받으면서 결국 TF가 최근 이사회에 폐원안을 상정한 것이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최근 환경 변화 등 여러 요인들로 발생한 누적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년간 다각적인 노력과 투자도 해봤지만, 더이상은 어려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경영정상화 TF 결과”라며 “상정안이 오는 20일 이사회에서 의결되기 전까지 폐원이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폐원할 경우 고용 승계와 환자 인계, 부지 처리 등 향후 계획도 순차적으로 결정해 나갈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이 폐원하더라도 법인 내 다른 병원을 통해 의료진 등 직원 약 400명의 고용은 승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서울백병원 온라인 홈페이지는 병원 소개와 온라인 예약 안내 및 접수 등 정상 서비스 중이다. 이사회 의결을 통해 폐원이 결정되면 관련 공식 안내문을 게재할 계획이다. 인제학원은 현재 서울백병원 외에도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김범준 (yol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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