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앞세운 '켈리' 돌풍에…야구선수 '켈리'로 견제구 던진 '한맥'

오정민 2023. 6. 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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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테라·켈리 협공
오비맥주 카스 1위 수성전
한맥 리뉴얼…모델로 야구선수 켈리 기용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창원NC파크 1층에서 신제품 홍보를 위한 ‘라거의 반전-켈리 시음회’를 진행했다. 사진=하이트진로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성수기를 앞두고 업계가 치열한 마케팅전을 벌이고 있다. 여름철로 접어드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맞는 노마스크까지 겹처 '맥주 대전'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하이트진로 '테라·켈리' 공세…"맥주시장 1위 탈환"  

서울 홍대입구 상권에 하이트진로가 신제품 '켈리' 홍보 옥외광고영상을 띄운 모습. 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6일 업계에 따르면 맥주 시장 2위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출시한 올 몰트 라거 '켈리'를 앞세워 공세를 펼치고 있다. 2019년 내놓은 테라와 함께 '쌍끌이 전략'으로 입지를 강화, 2012년 오비맥주 카스에 내준 1위를 탈환한다는 목표다.

켈리는 배우 손석구를 기용해 광고를 찍은 후 인지도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 홍대입구, 강남역 등 번화가와 유흥상권 중심으로 옥외광고와 팝업매장도 적극 진행 중이다.

켈리는 한 달여 만에 100만 상자 넘게 판매되며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 출시 후 36일 만인 이달 10일 누적 104만상자가 팔려 자체 맥주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내 맥주 브랜드 중 최단기간 100만상자가 판매된 '테라'보다 3일 빠른 속도"라며 "판매 속도에 맞춰 4~5월 출시 초기 생산량을 계획 대비 4배 이상 늘렸다"고 설명했다.

켈리의 초반 흥행에 기존 주력 제품 테라까지 가세해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일부 유통채널에서 1위 오비맥주를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뉴스1

맥주시장 1위 오비맥주는 대표 브랜드 '카스'로 수성전에 돌입했다. 여기에 2021년 출시한 맥주 브랜드 '한맥'을 리뉴얼하며 켈리에 대한 견제구를 던졌다. 한맥은 리뉴얼 후 경쟁사 상품 켈리와 같은 이름인 LG 트윈스 야구선수 케이시 켈리를 모델로 기용해 '켈리도 한맥처럼 부드럽게 달라지고 싶다'는 카피의 옥외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이트진로의 공세에도 여전히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한 것은 오비맥주다. 지난 4월 기준 국내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은 오비맥주 카스로 집계됐다. 오비맥주와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마트, 편의점 등 가정 시장에서 '카스 프레시'의 판매량 기준 점유율이 42.6%로 가장 높았다.

편의점에선 1위인 카스 프레시와 2위 브랜드 제품의 점유율 격차가 3배가량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별 순위에서도 오비맥주가 53.9%의 점유율을 기록해 1위를 지켰다. 가정 시장은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채널을 뜻한다. 식당과 주점 등 술집은 유흥 시장으로 분류된다. 

롯데칠성음료도 대표 브랜드 '클라우드'를 하반기 리뉴얼할 방침이다. 상반기 소주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이하 새로) 등에 집중했으나 하반기에는 맥주 시장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롯데칠성은 1분기 소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6.9% 뛰었으나 맥주 매출은 19.4% 감소한 바 있다. 현재 광고모델은 배우 전지현(클라우드)과 박서준(클라우드 생 드래프트)이 맡고 있다.  

각사는 노마스크 여름을 맞아 다시 열리는 여름 축제와 스포츠 행사 등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오비맥주는 서울재즈페스티벌, 대구 치맥 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 현장에서 소비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하이트진로도 지난달 4년 만에 열린 부산센텀맥주축제에 특별 후원사로 참여, 마케팅의 장으로 삼았다. 

 시장 위축 속 경쟁 심화 …마케팅비 증가는 부담

오비맥주와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마트, 편의점 등 가정 시장에서 '카스 프레시'의 판매량 기준 점유율이 42.6%로 가장 높았다. 사진=오비맥주


업계에서는 맥주 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경쟁 심화가 필연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요 주류 소비층이 된 MZ(밀레니얼+Z)세대가 건강을 챙기는 경향이 강해진 데다 선호 주류 다변화 등으로 맥주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자료=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회식이 줄어들면서 맥주 출고금액은 뚜렷한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맥주 출고금액은 2020년 3조4974억원까지 밀린 후 2021년 3조6261억원 수준으로 반등했으나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3조8591억원)과 2019년(3조6883억원)에는 못 미쳤다. 

시장은 성수기에 맥주기업의 승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한다. 일례로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은 테라 역시 2019년 성수기 시즌 유의미한 월별 판매고를 올린 뒤 이듬해인 2020년 성수기까지 흐름이 이어진 바 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켈리의 월 매출은 4월 100억원, 5월 140억원 내외로 추산되지만 6월까지는 추세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6월부터 성수기 시즌인 7~8월 매출이 특히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경쟁이 가열되면서 판매관리비 증가로 인한 이익 감소도 예상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판관비 증가 영향으로 하이트진로의 2분기 맥주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13.6% 늘어난 2311억원, 영업이익은 72.6% 감소한 37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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