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사범 검거는 느는데… 판매사범 검거는 제자리, 왜? [무너진 마약 청정국]

박지연 2023. 6. 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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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마약 투약 사범 검거는 늘고 있지만 판매 사범 검거는 제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당국이 '마약 소비자'는 쉽게 적발했지만 '마약 유통책' 검거에는 애를 먹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일선 유통책이 과거와 달리 유통망을 넓혔다는 의미도 된다.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 텔레그램 등을 통한 마약 거래가 활성화된 것은 물론, 경찰의 강제 수사 문턱도 높아 마약 조직의 본범 검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마약 투약 검거는 느는데 판매 검거는 지지부진..이유는
6일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유형별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마약판매책 검거 인원은 2019년 3541명에서 2020년 4182명으로 급증한 뒤 2021년 3016명, 지난해 3158명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올해 3월까지는 판매사범 603명이 붙잡혔다. 같은 기간에 경찰이 잡아들인 마약 투약 사범은 급증했다. 2019년 5446명에서 2021년 6477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7456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단 석 달 만에 1511명이 붙잡혔다.

마약 투약범 검거에 비해 판매책 검거가 더딘 이유는 마약 판매자 중 상당수가 다크웹, 텔레그램 등 비대면 채널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전에는 투약범을 통해 꼬리를 물고 판매책까지 검거했다면, 텔레그램을 통한 던지기 수법이 늘면서 추적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실제 인터넷을 이용한 마약류 사범은 최근 급증했다. 2018년 1516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약 1.4배 증가해 3092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중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다크웹, 가상자산을 이용한 마약사범 비중도 증가했다. 2018년 검거된 전체 마약사범 중 다크웹, 가상자산 이용자는 단 1%(85명)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8.9%(1097명)에 달했다. 올해의 경우 단 세 달 만에 다크웹·가상자산 이용 마약사범은 89명이 붙잡혔는데, 이는 2018년 한 해 동안 검거된 인원(85명)보다 많은 수치다.

마약 유통·판매하는 '간 큰 10대'..세부 통계 없어

최근에는 10대 청소년이 마약 투약을 넘어 유통·판매책으로 활동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A군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21년 10월부터 동갑내기 친구 둘과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도매가로 사들인 뒤 10배의 웃돈을 받고 되판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성인 드라퍼(운반책)를 고용하는 한편, 공범 B군의 아버지에게 "공부방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빌린 오피스텔에서 범행을 저질러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마약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은 8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에도 미성년자들에게 마약을 권한 일당이 용인에서 붙잡혔다. 이들은 미성년자들에게 합성 대마를 "전자담배"라며 속여 피우게 하고, 거부할 경우 강제로 흡연하게 했다. 이들은 총책과 모집책으로 역할을 나눠 지인들을 끌어들여 합성 대마 복용을 유도했는데, 모집책 중 2명은 각각 15세와 고등학생 1학년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들의 마약 범행이 판매·유통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지만, 경찰은 관련 세부 통계를 별도 관리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10대 마약류 사범은 2021년 309명, 2022년 294명, 올해 3월까지 120명이 검거됐다.

강제수사 문턱 높아 마약 수사 어려워

일선에서는 강제수사 문턱이 높은 탓에 마약 수사가 여전히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마약을 한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더라도 현장에서 결정적 단서나 장비 등을 발견하지 못하면 강제 수사 착수는 어렵다. 또 '마약을 한 것 같다'는 신고가 있어도 당사자 동의가 있어야 간이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현행법상 강제수사는 영장 발부나 당사자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수사기관의 손이 닿기 어려운 해외 등지에서 마약 범죄에 가담할 경우 현실적으로는 검거가 어렵다. 구체적인 제보나 명백한 마약 범죄 혐의가 없는 한 영장 발부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로선 마약사범을 최대한 구슬려 당사자 동의를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마약사범이 마음 먹고 범죄 현장을 감추거나, '그런 적 없다'고 잡아 뗄 경우 손 쓸 도리가 없다. 한 일선서 관계자는 "마약범죄는 날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지만, 수사 방식은 여전히 과거 방식에 멈춰있다"고 지적했다.

강제수사가 어려운 탓에 최근 경찰의 마약사범 구속영장 신청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경찰청이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마약사범 구속영장 신청 건수는 2020년 2161건에서 2021년 1921건, 2022년 1870건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구속영장 기각 건수는 2021년 242건, 255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줄고 있는 마약 수사 장비 예산도 본범 검거 발목을 붙잡는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마약간이검사 관련 장비 예산은 2020년 3억7400만원에서 2021년 3억7200만원, 지난해에도 같은 규모로 유지됐다. 마약 범죄가 연이어 확산하고 있지만, 일선서에서는 간이검사 장비 확보를 위한 예산 마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다크웹 수사팀 발족...개선 방향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폐쇄적 특성을 띠는 다크웹 악용 사례가 늘어 마약 판매·유통 본범 검거에 수사기관이 부침을 겪자 검찰은 지난해 말 다크웹 수사팀을 부활시켰다.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의 산하 팀으로,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 인천지검에 설치돼 있다. 인터넷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해 마약 관련 단서가 발견되면 수사관들이 증거를 확보하는 식이다.

보다 적극적인 다크웹 상 마약 수사를 위해서는 법률상 면책 지원 확대와 같은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현재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 허용하고 있는 잠입수사관 제도를 다크웹 이용 범죄 전부에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효율적 수사를 위한 인력배치 및 상호 협업하는 부서간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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