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안은 고양이…그날 6시41분 문자를 받고서

구둘래 기자 2023. 6. 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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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은 아침 7시30분에 맞춰져 있습니다.

고양이가 한 차례 새벽 5시쯤 깨웁니다.

"오늘 6시32분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스산한 마음에 급하게 고양이들을 찾아서 한 번씩 안았습니다.

위급한 문자에 비해 세상은 너무 평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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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알람은 아침 7시30분에 맞춰져 있습니다. 고양이가 한 차례 새벽 5시쯤 깨웁니다. 다시 곤한 잠에 빠진 시간, 듣지 못한 소음에 잠이 깼습니다. 그 낮은 소리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주파수로 맞춰졌겠지요. 6시41분 휴대전화에 찍힌 위급재난문자는 이랬습니다. “오늘 6시32분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스산한 마음에 급하게 고양이들을 찾아서 한 번씩 안았습니다.

한국방송(KBS)을 틀었습니다. 진행되던 뉴스가 끝나자, 아나운서는 급하게 전달된 메모를 두 번 읽었습니다. “합참이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전부터 북한의 위성 혹은 미사일에 관한 정부의 입장이 나온 터라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미사일이 서울로 향했다는 말일까요? “소식 들어오는 대로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뉴스는 다른 건으로 넘어갔습니다. 텔레비전 자막에는 ‘백령 지역에 북한 정찰 위성 발사에 따른 실제 경계경보 발령, 미사일 낙하물 유의 및 가까운 대피소로 대피’라고 떴습니다. 곧 연결된 백령도 주민은 평안한 목소리였습니다. 위급한 문자에 비해 세상은 너무 평안했습니다.

예전에 아파트에 화재경보가 울렸던 때가 생각납니다. 길게 울리는 경보는 대피하라는 방송으로 자동으로 옮겨갔습니다. 고양이를 양쪽에 안고 복도로 급하게 나갔습니다. 그런데 복도에 소리가 꽉 차 있었습니다. 현관문이 그 소리를 막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기겁해서 몸부림쳤고 이런 상황에서 고양이와 함께 이동하기란 불가능했습니다. 이동장을 챙기러 집에 들어왔다가,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불이 어디서 난 건가요?” “확인 중입니다.” 열기가 감지되나 신경 쓰면서 소리로 꽉 찬 아파트 계단을 위아래로 오갔습니다.

서울시 위급재난문자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서울시는 ‘경계 해제’ 문자를 발송해 오발송이 아니었다고 역설했습니다. 예전 아파트의 화재경보는 오경보였습니다. 한참 기다렸다가 관리사무소에 다시 전화해서야 알았습니다. 지진을 겪은 적도 있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예고된 내용이었지만, 발아래가 흔들린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습니다. 실제 화재를 겪은 사람도 있고, 수재를 당한 사람도 있습니다.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란 말은 그렇게 쉬운 걸까요. 그런 혼란을 1천만 명이 겪었습니다.

소규모 지면 개편을 했습니다. 이관후 건국대 교수가 정치 칼럼을 4주마다 씁니다. 첫 글은 ‘소멸과 절망’이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그래도 ‘정치에서 희망’을 찾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정치를 옹호함>을 번역한 그답게 의지할 것은 ‘정치’일 겁니다. 말 그대로 ‘희망’을 그려내기 위해 김소민 희망제작소 연구위원이 전국을 다닙니다. 지역을 일궈내는 사람들입니다. 단골 필진 김소민씨처럼, 성인이 된 ‘노랑클로버’ 신채윤씨도 웹툰 추천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가 웹툰을 읽다가 ‘심쿵’한 장면을 우리에게 전달합니다. <한겨레> 박강수 기자의 스포츠 칼럼도 추가됐습니다. 칼럼에서 스포츠가 이래서 매력적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소소하게, 독자 인터뷰와 뉴스룸도 개편했습니다. 출판도 2쪽으로 펼쳐집니다. 책을 사랑하는 <한겨레21> 독자를 위해, 저희가 책을 더 많이 읽고 추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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