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못 알아봤죠"..'드림팰리스' 이윤지의 도전 [★FULL인터뷰]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드림팰리스'(감독 가성문)의 배우 이윤지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드림팰리스'는 남편의 목숨값으로 장만한 아파트를 지키려는 두 여자의 고군분투를 담은 소셜 리얼리즘 드라마로, 아파트 미분양 사태 등 시의적인 사회 이슈를 첨예하게 조명한 작품. 이윤지는 남편을 잃고 어린 남매를 키우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수인' 역을 맡아 절제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이윤지에게 '드림팰리스' 속 '수인'이라는 역할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친구 같았다. 그는 "제가 표현해온 지난 캐릭터들과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 밖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굉장히 다르다. 실제 저와 가깝다고 느껴지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그런지 시작하기 전부터 편안한 마음이 있었다. 다른 작품은 캐릭터와 실제 저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작업을 하는데 '수인'은 이윤지라는 사람과 가까운 부분이 많아서 속속들이 아는 친구처럼 감정이 잘 이해됐다. 그걸 수면 위로 꺼내는 게 숙제였지 캐릭터를 만나는 게 숙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인물의 감정은 쉽게 이해했지만, 표현하는 것은 도전이었다. 특히 대사의 전달력에 집중했다는 이윤지는 "'수인'은 남편을 잃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고, 어디 가서 내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말이라는 건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힘을 가지니까 말하기 직전까지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대사를 웅얼거리지 않을지, 전달이 잘 될지 고민하면서 스크린을 봤던 것 같다. 다행히도 표정도 잘 담아주시고, 목소리도 잘 들리더라"라고 말했다.
이날 이윤지는 "남편이 영화를 보고 '못 알아볼 뻔했다'고 말해줬는데 그게 큰 칭찬처럼 느껴졌다. 아무래도 가족이기 때문에 '언제 나오지?'라고 생각하며 기다렸을 텐데 제가 그런 느낌으로 등장할 거라는 생각 못 했다고 하더라. 저는 사별한 여자라고만 설명했는데 상상했던 것과 다르게 느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드림팰리스'를 통해 저를 만나는 관객들에게 새롭게 갈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실제로는 그 모습과 비슷하게 사는 것 같다. 제가 메이크업을 한 상태로 집에 들어가서 설거지하고 있으면 퇴근한 남편이 '누구세요?'라고 물어본다. 최근에는 둘째가 저를 보고 '엄마 예쁘다. 결혼해?'라고 묻더라. 아이들의 시선에서 예쁘게 꾸미는 건 결혼식장에서인 것"이라며 "일상에서는 지금보다 '드림팰리스' 속 얼굴과 가깝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도 제 성격과 닮은 부분이 많았고, 최선을 다해서 사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수인이가 저를 통해서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찍으면서 슬픈 상황도 있었지만, 그렇게 살 수 있었기에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드림팰리스'를 통해 김선영과 첫 호흡을 맞춘 이윤지는 "처음 뵀을 때 긴 복도를 걸어오시는데 아우라가 느껴졌다. 한 사람이 걸어오는데 복도가 꽉 차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며 "연기하는 내내 에너지가 잘 통했다. 후배로서는 현장에서 인물로 대하는 것도 있었지만, 선배님의 연기를 봐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상투적인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제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였다. 호흡을 맞추게 됐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혜정'(김선영 분)과 만났을 때 신이 비어보이지 않고 꽉 찬 것처럼 보이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윤지는 "영화는 '커플즈'를 언급하셨던 것 같고, 삭발했던 드라마는 '제3의 매력'이다. 역할의 크기에 대한 만족보다는 내가 만나는 캐릭터의 완성도에 만족도를 느끼는 배우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며 "실제로도 그렇긴 하다. 감독님이 캐릭터에 대해서는 거의 맞춰주셨던 것 같고, '혜정'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조율했다. 캐릭터는 저한테 맡겨주시고, 상황적으로는 끌고가 주셨다"고 전했다.
이윤지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수인'이를 연기라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제 인생에서도 그런 순간이 왔다 가고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영화로 남겨졌다. 남겨지니까 의미가 있고,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작품들에 제 인생도 담기는 거다. 사심 어린 만족을 느끼고 있다"며 "직업 만족도가 높다. 지나고 나면 잊을 수도 있는데, 작품으로 남겨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윤지에게 '드림팰리스'는 "일기장에 넣고 싶은 작품"이라고. 그는 "실제 제 얘기가 아니지만 제 온 마음을 담아서 감정을 토해냈다. 제 기억 속에 챙겨 넣고 싶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관까지 가는 길이 어려운데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공감하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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