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빼고 다 떨어진다…수익률 고개 숙인 농산물 ETF

김근희 기자 2023. 6. 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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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DEX 3대농산물선물(H)' ETF -10.72%…"지난해와 달리 공급 충분"

설탕을 제외한 세계 식량 가격이 하락하면서 농산물 ETF(상장지수펀드)와 ETN(상장지수증권)의 수익률이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 소맥(밀), 대두(콩) 등은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가격이 높게 치솟았으나, 올해는 공급이 풍부해지면서 가격이 반토막 났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옥수수, 콩, 밀에 투자하는 'KODEX 3대농산물선물(H)' ETF의 수익률은 -10.7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KODEX 콩선물(H)' ETF의 수익률은 -8.40%, 밀, 옥수수, 대두, 설탕 선물에 투자하는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 ETF 수익률은 -7.01%다.

농산물 ETN의 수익률도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블룸버그 대표 농산물 지수를 추종하는 '메리츠 대표 농산물 선물 ETN(H)'와 '메리츠 레버리지 대표 농산물 선물 ETN(H)'의 수익률은 각각 -7.65%와 -17.61%를 기록했다. '하나 레버리지 콩 선물 ETN(H)'와 '신한 콩 선물 ETN(H)'의 수익률은 각각 -15.04%와 -6.57%다.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던 농산물 ETF와 ETN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 농산물 공급 상황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밀, 콩, 옥수수 공급에 차질이 생겼고, 이에 따라 농산물 가격도 치솟았다. 여기에 라니냐가 발생하면서, 남미 지역 농산물 생산도 차질을 빚었다. 라니냐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현상으로, 이로 인해 남미 지역에 가뭄이 발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대두 선물 가격은 지난해 6월10일 1부셸(1부셸=27.22㎏)당 1769센트까지 치솟았다. 소맥 선물 가격은 지난해 3월11일 1425.20센트로, 옥수수 선물 가격은 지난해 4월29일 818.20센트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은 올해 들어 설탕을 빼고 모조리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설탕 선물 가격은 지난달 12일 1파운드당 26.66센트를 찍고 3년 내 최고점을 기록했다. 반면 대두 선물 가격은 지난 2일 기준 1352.50센트로 올해 들어 11% 하락했다. 소맥 선물은 619센트, 옥수수 선물은 609센트로 각각 22%와 10% 미끄러졌다.

설탕의 경우 국제 공급량이 예상보다 적었으나 소맥, 대두, 옥수수의 경우 공급량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까지 진행됐던 라니냐 기후가 끝나고 양호한 기후가 이어지며 농산물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됐다"며 "소맥은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이 연장됐고, 대두는 미국 기상 여건이 개선과 브라질의 대두 생산 및 수출이 호조로 가격 하락 압력이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옥수수 가격 역시 미국의 주요 농작지 기상 여건이 우호적으로 바뀌며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특히 곡물 공급이 풍부한 만큼 올 하반기에도 곡물 가격 상승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반기에 이상 기후 현상인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엘니뇨는 곡물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엘니뇨란 적도 태평양 동부의 넓은 수역에서 바다 겉층 온도가 평년 대비 0.5도 이상 높아진 상태가 5개월 이상 유지되는 것을 뜻한다.

임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라니냐 발생 시기 주요 곡물(옥수수, 대두, 소맥) 가격은 공급 차질이 발생하며 상승했다"며 "하지만 엘니뇨 현상이 나타날 때는 주요 곡물 가격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다만, 코코아, 커피, 원당 등 소프트 상품의 경우 엘니뇨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니뇨 발생 전망 속에서도 전 세계 곡물 시장은 신곡(新穀) 생산량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등 농산물 섹터 내 차별화가 발생하고 있다"며 "곡물보다 원당, 커피 등 소프트 공급 차질이 예상돼 선별적인 농산물 투자를 권고한다"고 했다.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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