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판만 하면 돌변하는 KT의 ‘아기’···박영현 “막으면 되지, 하고 올라가요”[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3. 6. 6. 09: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T는 올시즌 초반을 최하위에서 시작했다. 줄부상으로 연결된 추락의 시발점은 필승계투조 주권과 김민수의 개막 전 부상이었다. 사실상 마무리 김재윤 혼자 남은 채 출발한 KT 필승조에는 고졸 2년차 박영현(20·KT)이 가세했다.

신인이었던 지난해 이미 포스트시즌에서 빼어난 투구를 펼쳐 KT의 미래 마무리로 평가받은 박영현은 KT의 위기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즌 초반 KT가 최하위로 추락했지만 기존 필승조의 공백 사이에 박영현이 성장한 것은 큰 수확이다.

박영현은 5일까지 24경기에서 나가 1승2패 9홀드 평균자책 2.60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3일 SSG전에서 1.1이닝 2실점을 기록한 것을 마지막으로 9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쾌투를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1승 5홀드를 쓸어담았다.

최하위에서 시즌을 치르는 KT는 마운드 사정으로 인해 주요 투수들의 연투가 불가피하다. 최대한 조절하지만 이길 수 있는 기회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만큼 박영현과 마무리 김재윤이 종종 연투를 하거나 1이닝 이상을 책임지기도 한다.

박영현은 지난 3~4일 두산전에 이틀 연속 등판했다. 3일에는 선발 벤자민이 8-3으로 앞선 5회초 1사 1·2루 파울 홈런을 맞으며 장타 조짐을 드러내자 그대로 강판되고 필승조인 박영현이 등판했다. KT에게는 승부수였고, 박영현은 공 4개로 이닝을 끝낸 뒤 또 삼자범퇴, 1.2이닝을 2삼진으로 깔끔하게 끝내고 승리 투수가 됐다. 현재 KT가 마무리 김재윤 외에 중간 계투 중 가장 믿는 투수는 박영현임을 보여준 경기가 됐다.

박영현은 이어 4일 두산전에서는 5-2로 앞선 7회초 등판해 2이닝을 1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홀드와 함께 KT의 2연승을 이끌었다. 박영현은 그에 앞서 5월24일 키움전~26일 삼성전까지 3연투를 해 KT 연승을 이끈 뒤 일주일을 쉬고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오자 이틀 연속 던지며 연승을 끌어냈다.

박영현은 이닝당 투구수가 15.1개로 현재 각 팀 불펜 핵심으로 뛰고 있는 투수들 중 최상위권이다. 시속 150㎞도 찍는 빠른 공에 워낙 공에 힘이 좋고 제구도 안정적이다. 정면 돌파를 해도 어렵지 않게 승부를 끝낸다. 투구 수가 워낙 많지 않다보니 1이닝 이상을 던져도 부담이 없다.

갖고 있는 공의 위력과 함께 박영현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것은 마음가짐과 성격이다. 박영현은 “작년에는 1점 차면 걱정부터 하고 올라갔는데 올해는 ‘막으면 되지’ 생각하고 들어간다. 포스트시즌의 경험이 컸던 것 같다”며 “못 던졌을 때는 물론 기분이 안 좋지만 잘 던졌을 때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밖에서는 웃고 다니다가도 마운드 위에서는 아무 것도 티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중인격인 것 같다. 포커페이스에는 자신이 있다”고 웃었다.

지난해 52경기에서 51.2이닝을 던지고 2홀드를 기록했던 박영현은 올시즌 24경기에서 27.2이닝을 던져 9홀드를 수확했다. KT에서 박영현이 얼마나 중용되고 있는지, 그 성장세를 알 수 있다.

박영현은 자신을 ‘아기’라고 부르는 제춘모 불펜코치와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내기를 했다. ‘20홀드’가 조건이었다. 박영현은 현재 홀드 4위다. 베테랑 노경은(SSG·13개), 구승민(롯데·11개), 지난해 홀드왕 정우영(LG·10개) 등과 경쟁을 시작했다. 내기를 잊지 않은 박영현은 이제 20홀드를 목표에 더해보았다. 박영현은 “‘60경기 이상, 60이닝 이상’이 목표인데 20홀드도 추가했다”며 “실점한 경기도 있었지만 공은 계속 좋았다. 항상 ‘네 공을 믿으라’ 하시고 잘 못 던진 날에도 다들 똑같이 믿어주셔서 자신감 확실히 갖고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