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 밥그릇 싸움으로 번진 여행업계 1등 논란

김명상 2023. 6.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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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가 때아닌 '1등' 논란으로 시끄럽다.

인터파크가 최근 시작한 '해외여행 1등' 캠페인이 갈등의 시작이다.

인터파크는 지난달 20일부터 '해외여행 1등은 인터파크'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일각에선 인터파크가 논란을 감수하고 의도적으로 '1등'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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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여행업계가 때아닌 ‘1등’ 논란으로 시끄럽다. 인터파크가 최근 시작한 ‘해외여행 1등’ 캠페인이 갈등의 시작이다.

인터파크는 지난달 20일부터 ‘해외여행 1등은 인터파크’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인기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우고 TV·유튜브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6월부터는 서울 강남역, 삼성역 등에서 초대형 디지털 옥외광고를 시작했다.

인터파크의 ‘1등’ 표현에 발끈한 것은 여행업계 전통의 강자인 하나투어다. 하나투어는 지난달 18일 인터파크에 ‘1등’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 것을 골자로 한 내용증명을 대표 명의로 발송했다. 인터파크의 본격적인 마케팅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리 움직인 것이다. 하나투어 여행상품을 취급하는 전국 25개 개별 여행사도 지난달 31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인터파크의 광고가 허위·과장됐다며 신고했다.

인터파크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1~4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해외항공권발권액이 본사 기준 3559억원, 하나투어의 본사 기준 3552억원보다 7억원 더 많았기 때문에 ‘1등’이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하나투어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하나투어 본사와 지사를 모두 합한 발권액이 인터파크보다 200억원 이상 많기 때문에 ‘1등’이라는 표현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맞섰다. 양사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공정위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이번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팬데믹 이후 시장 주도권 다툼 과정에서 불거진 하나의 사례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범유행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각 여행사는 대규모 영업 적자를 이어왔다. 하나투어 또한 지난해에만 10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자연스레 전통 여행사들의 영향력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 빈틈을 인터파크가 파고들었고, 시장 판도도 급격히 바뀌었다. 일각에선 인터파크가 논란을 감수하고 의도적으로 ‘1등’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자사의 이미지를 업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그동안 쌓은 자신감을 표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오랜 기간 여행사 1위로 인정받아온 하나투어를 향해 포문을 연 셈이다.

인터파크의 도발은 어느정도 예상됐다. 올초 커머스 부문(쇼핑·도서)을 큐텐에 매각하고 여행 사업부만 남겼다. 이전에 항공권 판매에서 강세를 보였다면 앞으로는 종합여행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를 대내외적으로 알린 셈이다. 광고비도 대폭 늘렸다. 올해에만 100억원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셈이다.

이번 대응은 하나투어가 여행업계의 전통적 강자라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이뤄졌다는 시각도 있다. 한 중견 여행사 관계자는 “인터파크의 1등 도발에 발끈한 것 자체가 하나투어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서 경쟁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팬데믹 이후 첫 해외여행 성수기를 앞둔 여행 업계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인터파크와 하나투어의 1등 경쟁 또한 시장이 건전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들이 받아들 성적표 또한 향후 여행시장의 변화를 전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두 거대 기업의 지나친 갈등이 업계 전체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

김명상 (ter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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