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된 ‘채권 개미’ 올해 16조원 매수…초장기채에 몰린다

오귀환 기자 2023. 6.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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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두 달 연속 3조원 이상 채권 사들여
채권 ETF도 활발…1월 이후 설정액 6조650억원↑
30년물 국고채 인기...석 달 연속 개인 순매수 1위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가 16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30년물 이상 초장기채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더 큰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는 초장기채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채권 투자 시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어 단기 투자로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손민균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개인들의 채권 투자 규모는 15조98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조7380억원)보다 4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개인들은 4월과 지난달엔 각각 4조2479억원, 3조788억원을 순매수하며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3조원을 넘겼다. 펀드평가사인 KG제로인에 따르면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의 지난달 설정액 또한 27조6557억원으로 연초(21조5907억원) 대비 6조원 이상 늘었다.

채권 투자가 늘어난 이유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불확실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 등으로 매수세가 주춤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채권 매수 ‘막차’에 타려는 개인 투자자들은 도리어 늘었다.

중장기 국채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현상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13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10·20·30년물 국채금리는 3.3~3.4%대로 기준금리(3.5%)를 밑돌았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국채금리 역전은 채권 시장이 금리 인하를 염두에 뒀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국내 채권시장에선 올해 안에 금리가 내릴 것이란 기대가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10년물 금리는 3.561%, 2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3.606%, 3.611%로 소폭 올랐다.

그래픽=손민균

특히 만기가 30년 이상인 초장기채에 대한 인기가 높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 변동에 민감한데 향후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가격 상승 폭도 커져서 더 큰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3개월 연속 국고채 30년물인 20-2호와 20년물인 19-6호가 개인 순매수 1, 2위를 차지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5월 중 2020년부터 발행된 모든 국고채 30년물이 개인 순매수 상위 20위 내에 포함됐을 정도로 국고채 30년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달엔 채권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 요인이 우세하다는 의견이다. 전 세계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며 올해 상반기 안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 연구원은 “전 세계 물가상승률이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둔화하면서 채권금리 하락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리 인상 요인들이 아직 남아있어 단기 투자를 목표로 채권에 투자한다면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미 부채한도 협상 여파 등으로 채권 금리가 오를 여지는 남아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부채 한도 조정이 유예되면 재무부의 국채 발행 증가가 예상돼 단기적으론 (채권) 금리의 상승 재료”라며 “6월은 경기가 바닥을 통과하는 시기고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 시장은 연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만 연구원은 “최근 장기물 금리가 기준금리 이상으로 높아지며 채권투자에 유리해진 시점은 맞다”면서도 “지금 시점 장기채에 투자했을 때 어떤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지, 가격 변화는 어떻게 될지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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