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하려나” 456만원짜리 헤드셋...메타버스 판 흔들 무기 꺼낸 애플 [미라클 레터]
드디어 XR헤드셋 비전프로 공개
카메라 12대·반투명 디스플레이 장착
맥·아이폰과 연동해 손쉽게 공간 활용
특히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제품이 있었으니, 바로 혼합현실 Mixed Reality 헤드셋이었습니다. 수년 전부터 “나온다? 안 나온다?” 했었는데, 드디어 공개했네요. 미라클레터는 3년 전부터 애플이 메타버스 디바이스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해 왔는데요.
생성형 인공지능 등장으로 관심이 순식간에 사라진 메타버스. 하지만 애플의 진출로 다시 살아난 메타버스. 그래서 오늘은 애플이 공개한 혼합현실 헤드셋의 A to Z, 그리고 왜 애플은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었는지, 더 나아가 메타버스를 둘러싼 실리콘밸리의 합종연횡 분위기를 분석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눈동자와 손과 목소리로 가장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화면 크기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주변 환경이 무한합니다. 앱을 원하는 곳에 펼쳐놓고 사용하면 그만입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한 공간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맥이 개인 컴퓨팅 시대를 열었고,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열었다면 비전 프로로 공간 컴퓨팅 시대를 열겠다는 메시지입니다.
주요 기능은 이렇습니다. 우선 비전 프로를 착용하면 주변과 모든 사물을 볼 수 있는데요. 모든 앱이 공중에 떠 있습니다. 클릭하면 사용이 가능합니다. 앱은 쉽게 원하는 크기로 조절이 됩니다. 또 원하는 장소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마치 실제 물체를 이동하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마음 챙기기’ 앱을 열면, 가상공간에 꽃잎이 날리면서 평온한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풍경 데이터를 누르면 일부 사물만 남기고 배경은 평온한 자연으로 바뀝니다.
작동 방식에 대해서도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맥은 마우스, 아이팟은 클릭 휠, 아이폰은 멀티터치라는 영역을 개척했는데, 비전 프로는 공간 컴퓨팅이기 때문에 컨트롤러 필요 없다는 설명입니다. 눈동자 손동작 목소리로 작동합니다. 앱은 아이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활성화됩니다. 또 손가락을 들어 움직이면 스크롤이 되고요. 또 음성으로 스마트 비서 시리를 구동시킬 수 있습니다.
사례 발표 중 눈에 띈 것은 직장에서 사용이었습니다. 메모는 물론 메시지까지 사용할 수 있고, 아이폰 아이맥과도 연동이 됩니다. 특히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가장 최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메모해서 해야 할 일을 띄워 둘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띈 대목은 아이사이트 EyeSight라는 기능이었습니다. 혼합현실 디바이스 전면부에는 반투명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는데요. 몰입할 때면 불투명으로 바뀌고, 상대방과 대화하고자 한다면 투명으로 바뀝니다.
애플답게 하드웨어에 상당한 공력을 들였습니다. 헤드셋은 유리 전면부와 알루미늄 프레임, 그리고 5개의 센서와 12개의 카메라, 디스플레이, 냉각 팬이 달린 컴퓨터로 구성이 됐습니다. 배터리 지속시간은 최대 2시간. 또 두 개의 디스플레이에는 2300만 픽셀을 담았다고 합니다.. 아울러 공간 음향 기능을 통해 사실적 음향을 들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애플 M2 칩으로 컴퓨팅 파워를 극대화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가상 페르소나를 생성해 내고,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더라도, 이를 상대방에게 투사할 수 있도록 한 기능입니다. 예를 들어 헤드셋을 착용한 사람이 웃고 떠들면 이 모습을 그대로 상대방에게 보낼 수 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총 5000개에 달하는 특허를 출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격은 역시 애플답게 3499달러부터 시작합니다. 우리 돈으로 최소 456만원이네요.
사실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은 매우 오래된 개념입니다. 또 헤드셋의 기본 기능 역시 종전에 나온 AR 제품과 크게 차별점이 도드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수년 전 착용해 본 AR 헤드셋 역시 이 정도 기능은 지원했으니까요. 하지만 애플의 초점은 완성도였습니다. 맥의 화면을 불러올 수 있어 애플 생태계를 잘 엮었습니다.
애플이 런칭한 헤드셋은 혼합현실 Mixed Reality 장치입니다. AR 플랫폼이라고는 하지만 VR도 지원하기 때문입니다. 헤드셋을 착용하면 세상이 온통 가상현실로도 보이고, 특정 버튼을 누르면 다시 사물의 일부만 가상으로 보이는 증강현실 장치가 됩니다. 애플이 뚫고 들어오려는 혼합현실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동시에 사용하는 메타버스의 한 분야인데요. 혼합현실은 물리적 실제 현실과 가상현실의 객체를 자유자재로 섞을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메타버스 시장은 애플의 진출로 판이 흔들릴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 전문 분석가인 궈밍치 TF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서는 AR·VR 헤드셋이 가까운 미래에 소비자 가전 분야의 차세대 스타 제품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애플의 발표는 투자자들에게 AR·XR 헤드셋에 대한 믿음을 실어줄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헤드셋은 애플에 200억~700억달러, 매출의 5%에서 18%에 달하는 사업이 될 전망입니다.
메타버스는 재택근무 종료와 경기 침체, 생성형 인공지능의 부상 등으로 한동안 침체기를 걸었습니다. 일부 기업은 비수익 부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메타버스를 축소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상현실 작업 공간 프로젝트인 ‘알트스페이스 가상현실’ 서비스를 중단했고, 소니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가상현실 헤드셋 생산량을 올해 약 20% 삭감했습니다.
하지만 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이 헤드셋을 내놓는 것은, 그 뒤에 있는 막대한 메타버스 시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는 XR·VR·AR과 같은 하드웨어 위에 이를 구동하는 운영체제, 앱을 거래하는 앱스토어, 대화를 나누는 소셜미디어, 메타버스 게임 등이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생태계를 차지한 빅테크 기업이 모든 것을 독식할 수 있습니다.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684억달러에서 2025년 1831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지난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1년간 ‘퀘스트3’를 만들고 조작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이제 모두에게 XR을 제공하기 위한 진정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퀘스트3는 전면부가 종전보다 40%나 얇아졌고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을 장착해 그래픽 성능이 두 배 더 높아졌습니다. 또 카메라 총 4대와 전면부 센서 3개를 달아 혼합현실을 지원합니다.
메타는 XR 헤드셋을 장착한 한 사용자가 실물 탁상 위에 가상의 미니 도시를 만드는 영상을 시연해 시선을 끌었는데요. 또 메타는 진동을 전달하는 햅틱 컨트롤러를 장착했고, 손 추적을 지원해 컨트롤러 없이도 조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데 세부 정보에 대해선 오는 9월 27일 ‘커넥트 콘퍼런스’에서 발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공개작을 서둘러 발표한 것을 놓고, 애플이 내놓은 혼합현실 헤드셋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메타는 가격도 크게 낮춰 애플과 일전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퀘스트3 (128GB)는 499.99달러에 내놓았고, 퀘스트2 (128GB)는 399.99달러에서 299.99달러로 낮췄습니다.
팀 쿡 애플 CEO는 메타버스의 강자 메타를 조롱했었는데요. 쿡 CEO는 “사람들이 의심했던 분야에서 애플은 성공을 거둬왔다”며 “구글과 메타의 VR 제품과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습니다. 메타와 애플을 비교하면, 사실 두 기업은 다윗과 골리앗입니다. 애플 매출은 514조원인데 반해 메타는 152조원에 그칩니다.
메타가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고 온 힘을 메타버스에 집중하는 이유는 모바일 시대에서 만년 3등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애플과 구글이라는 거대 공룡이 OS 앱스토어 빅데이터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애플과 같은 빅테크는 막대한 인앱 결제 수수료를 갖고 갑니다. 애플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하는데, 앱 수수료도 이와 비슷한 30%입니다.
또 개인정보 정책을 바꿔 그 때마다 수많은 앱 개발사들의 매출이 흔들렸습니다. 메타는 애플의 개인정보 정책으로 광고주를 위한 데이터 추적이 힘들어지자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래서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노골적으로 애플을 비판했습니다. “애플은 프라이버시를 빙자해 경쟁사를 괴롭히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앱 개발자들을 과도하게 통제하고 있다”“애플은 혁신을 멈췄다” 메타로서는 모바일 시대에 앱스토어 생태계는 애플과 구글이 갖고 갔으니 넥스트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었습니다. 저커버그가 “메타버스 시대에서는 결코 서드파티가 안 되겠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앞서 삼성전자의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이벤트를 통해 “퀄컴, 구글과 협력해 차세대 XR 폼팩터를 개발해 모바일의 미래를 다시 한번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아마도 퀄컴의 칩셋, 구글의 OS가 탑재될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있습니다.
이뿐일까요? 메타는 작년 10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메시를 퀘스트에 장착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특별한 개발 없이 자사의 소프트웨어 툴을 메타버스로 확장할 수 있는 데다, 메타버스에 있는 막대한 클라우드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 메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 고객을 퀘스트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또 메타는 LG디스플레이와 손잡고 혼합현실 디스플레이를 조달했습니다. 마이크로OLED를 사용해 헤드셋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부인데요. 이번 퀘스트3에도 장착? 또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디스플레이 솔루션, 3D 센싱 모듈을 개발한 상태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좋든 싫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셀 수 없는 경쟁을 벌입니다. 입학시험을 보거나, 면접을 보거나, 아니면 좋아하는 누군가를 두고 벌이는 경쟁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에 있어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습니다. 이 때문에 선의의 라이벌은 우리를 한 단계 더 도약시켜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빅테크 창업자들은 라이벌을 먼저 살피고, 그들이 전혀 하지 않는 담대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쟁에 직면했을 때 더 잘하겠다고 말해선 안 됩니다. 경쟁할 때는 다르게 해야겠다고 다짐해야 합니다. (You can‘t look at the competition and say you’re going to do it better. You have to look at the competition and say you‘re going to do it differently).” (스티브 잡스)
“매우 야심 찬 꿈을 추진하는 것이 더 쉽습니다. 아무도 그것을 할 만큼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할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It is easier to make progress on mega-ambitious dreams. Since no one else is crazy enough to do it, you have little competition.)” (세르게이 브린)
다가오는 거대한 메타버스 물결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쟁에서 승리하려는 빅테크 기업은 어디일까요. 상대방이 감히 상상조차 못 할 혁신을 하는 빅테크 기업이 어디인지 궁금해지는 하루입니다. 미라클레터가 독자님들의 담대하고 원대한 꿈을 응원하겠습니다.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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