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음악 안에선 위장할 수 없죠"

조재현 기자 2023. 6.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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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겨낸 희망찬 '봄의 소리'…내 연주도 그랬으면"
"바이올린으로 세상과 소통"…19일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Kyutai Shim / 롯데콘서트홀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5살 때 부모님을 졸라 바이올린을 선물 받았는데 이내 쉽게 소리를 내주는 악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알게 됐죠. 바이올린은 꺼내기 힘든 저의 내면과 상상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34)는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계가 주목하는 연주자다.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 ARD(독일 공영방송)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등 세계 유수의 대회에서 입상했고, 2021년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소프라노 박혜상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3번째로 세계적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단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김봄소리는 최근 뉴스1과 서면으로 만나 "바이올린은 솔직한 내 자신과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바이올린은 그가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소통과 공감의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삶에서 소소한 것들이 주는 기쁨과 영감이 우리의 삶에 큰 위로와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강해져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음악을 통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가치와 역할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Kyutai Shim / 롯데콘서트홀 제공)

수많은 콩쿠르에 출전하면서 김봄소리에겐 '콩쿠르 사냥꾼'이라는 별명도 따라다녔다.

다소 부정적인 시각에 위축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젠 세계 무대에 서는 날을 꿈꾸던 시절의 간절함과 열정을 떠오르게 하는 말이 됐다. 그는 단시간 내 많은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훈련과 무대 경험을 쌓고 싶다면 콩쿠르에 도전하라고 후배들에게 권한다.

김봄소리는 자신의 바람처럼 세계 무대를 누비는 음악가가 됐다. 지난해에는 주요 활동 무대인 유럽을 넘어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뉴욕필하모닉과 협연, 5만여 명의 관객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세계 최대 클래식 음악 축제인 BBC 프롬스, 파리오케스트라 데뷔 등도 앞두고 있다.

이달 19일에는 국내 관객과도 만난다. 김봄소리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이스라엘 출신 지휘자 라하브 샤니가 이끄는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협연곡은 2013년 ARD 국제 콩쿠르 결선에서 1위 없는 2위를 했을 당시 연주했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ARD 콩쿠르는 큰 기회이자 배움이 된 무대였어요. 독일 음악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브람스의 구조적인 음악을 어떤 사운드와 방식으로 연주하는지 좀 더 깊게 알아가는 계기가 됐죠. 그때부터 브람스 음악에 더 빠져들었고, 특히 바이올린 협주곡이 가진 교향곡적인 면이 그의 깊은 음악 세계를 이해하고 그 음악을 풀어내는 데 중요한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갑내기 지휘자 샤니와의 만남도 기대하고 있다. 샤니는 2018년 로테르담 필하모닉(1918년 창단)의 역사상 가장 젊은 상임 지휘자로 임기를 시작했다.

김봄소리는 "샤니는 음악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가 아주 깊은, 진중하고 무게감이 있는 연주를 하는 지휘자"라며 "그와 함께 브람스 협주곡을 연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기에 이번 투어에 제안했다"고 전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Kyutai Shim / 롯데콘서트홀 제공)

그는 바둑 애호가로도 유명하다. 대학(서울대 음대) 시절 바둑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일본 동경대학교와의 교류전에도 두 차례 출전했다.

음악과 바둑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김봄소리는 "바둑과 음악은 진정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하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바둑 한판에 기사의 기풍과 성격, 가치관이 드러나는 것처럼 작곡가의 작품이나 연주자의 음반을 들으면 그들 개인의 삶을 엿볼 수 있어요. 음악 안에선 자기 자신을 숨기거나 위장할 수 없어요."

김봄소리는 할아버지가 지어준 순우리말 이름처럼 '봄의 소리'를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봄의 소리는 가장 고통스러운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당당하면서도 힘찬, 그리고 희망에 가득 찬 소리라고 생각해요. 제가 추구하는 음악의 소리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봄의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참 기쁠 것 같아요."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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