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스토리텔링 vs 과대 포장
일본 가나자와에 여행을 다녀왔다. 요리 교실 수강생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시장 구경도 하고 음식 재료 공장도 방문했다. 유서 깊은 된장 공장에선 들어가자마자 장 발효균이 있다는 미지근한 물에 손을 담그고 체험을 하며 시작했다. 스테인리스 통에서 발효하는 다른 공장과 달리 튼튼한 나무로 100㎏의 된장이 들어가는 나무통에서 발효를 시키기 때문에 맛의 깊이가 다르다고 했다. 사람 키만 한 나무통도 보여주었다. 스토리텔링에 홀려 각종 간장과 미소 된장을 잔뜩 사버려 나중에 공항에서 짐이 무게를 초과하여 가방을 다시 싸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이어 사케 공장에 갔다. 안내자는 사케의 원료가 되는 물이 지역에서 가장 큰 산인 백산에서 100년이 걸려서 온 물이라고 설명을 했다. 물이 좋아서 동네 사람들도 여기에 와서 약수를 떠 간다고 강조했다. 내가 마시는 술이 100년 된 물로 만들었다니. 얼마나 솔깃한가. 반대로 브랜딩을 위해 과하게 부풀린 것 같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들을 때 매력을 느낀다. 회사 때문에 일본에 살았던 친구 이야기가 떠올랐다. 초등학생 아들이 다니던 학교에서 일본 찹쌀떡에 대해서 배우는 ‘Rice Cake Day’를 했다. 부모들을 초대해 4시간 동안 떡의 유래, 찹쌀을 뭉쳐 떡을 메치는 것 등을 이야기로 풀며 체험을 만들었다. 참가한 학부모들이 일본의 역사와 전통에 감탄했다고 한다. 친구는 떡 하나를 과하게 포장하는 것 같아 한국에는 30개가 넘는 종류의 떡이 있고, 각기 만드는 법이 다 다르고 고장마다 대표 떡이 있다고 한국 떡을 열심히 홍보했다고 한다. 같은 콘텐츠라도 과대 포장이 될 수도 있고 스토리텔링이 될 수도 있다.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하지만 남의 이야기를 가져다 쓴다고, 멋있게 부풀린다고 스토리텔링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스토리가 될 만한 씨앗이 있을 것이다. 그 씨앗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잘 풀어낸 것이 좋은 스토리텔링이다. 소셜미디어가 살아남은 것도 사람들이 사진 너머에 있는 이야기에 대해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내 삶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과대 포장하고 있을까?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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