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그린 그림은 예술이 아닌가[2030세상/김지영]
김지영 스타트업 투자심사역(VC)·작가 2023. 6.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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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지만 재주는 없다.
그러나 '붓질 한번 하지 않는 예술'은 일찍이 존재해 왔다.
포토샵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편집은 보편화된 지 오래이며, 마르셀 뒤샹의 '샘'으로 대표되는 레디메이드 작품이 예술계를 뒤집어 놓은 것은 100년도 더 전의 일이다.
"AI의 창작은 인간의 지시에 따른 것이며 예술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의 감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별수 없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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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지만 재주는 없다. 유화물감과 캔버스, 아이패드까지 구비하고 있지만 낙서 수준이다. 표현하고 싶은 것은 한가득인데 손이 생각을 못 따라간다. 머리로 상상한 것을 이미지로 출력해주는 기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오래전부터 몽상해 왔다. 그런데 그 비슷한 일이 현실이 됐다. 대상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텍스트, 이미지 등을 창작하는 ‘생성 AI(Generative AI)’ 이야기다.
챗GPT가 나온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지금 투자 업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버블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 일상을 혁신할 다양한 유스 케이스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번엔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일례로 텍스트를 이미지로 출력해주는 ‘미드저니’ 등 AI 프로그램을 활용한 수상 보도가 연이었다. 이에 ‘예술은 죽었다’며 공정성을 문제 삼는 이들과 옹호하는 이들이 대립 중이다. 그러나 ‘붓질 한번 하지 않는 예술’은 일찍이 존재해 왔다. 포토샵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편집은 보편화된 지 오래이며, 마르셀 뒤샹의 ‘샘’으로 대표되는 레디메이드 작품이 예술계를 뒤집어 놓은 것은 10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액션페인팅 등 우연에 기댄 작화도 계보를 이어 왔다. 포토샵은 되고 미드저니는 안 될까? 창작자의 노동과 통제를 벗어난 예술은 예술이 아닐까?
직접 써보니 그럴싸한 이미지를 얻기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적절한 명령어, 즉 프롬프트(prompt)를 떠올리는 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다. 결국 도구에 맞는 형태의 ‘창의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금 원론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성 판단의 최후의 보루가 있다면 그건 바로 ‘의미’일 것이다. 그 방식이 무엇이건 창작자의 의도와 해석이 담겨 있다면 그것은 여전히 예술로서 기능한다.
사실 생성 AI가 촉발한 질문은 카메라가 촉발한 그것과 다르지 않다. 사진의 등장은 기존 사실적 재현에 치중했던 미술의 가치를 추상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당시만 해도 사진을 예술로 볼 수 있는지가 논란이었다. 물론 지금은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언젠가 교과서에 ‘AI 사조’가 한때로 기록되는 날이 올까. 예술은 끊임없이 앞서의 불문율을 전복해 왔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에게 표현의 욕구가 있는 한 예술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신묘한 펜과 붓을 활용해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라도 자신을 표현하는 상상력 경쟁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낯설지 않다. 스토리 업계에서는 스토리 작가와 글 작가, 그림 작가가 분화된 지 오래이며, 협상의 추는 문장이나 그림 기술자가 아닌 상상가(想像家)에게 옮겨가고 있다.
여기까지를 챗GPT에게 주고 의견을 물었다. “AI의 창작은 인간의 지시에 따른 것이며 예술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의 감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별수 없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무리 대단한 도구라도, 그 도구를 손에 쥔 것은 결국 인간인 것이다. 아직은 말이다.
챗GPT가 나온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지금 투자 업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버블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 일상을 혁신할 다양한 유스 케이스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번엔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상당하다.
일례로 텍스트를 이미지로 출력해주는 ‘미드저니’ 등 AI 프로그램을 활용한 수상 보도가 연이었다. 이에 ‘예술은 죽었다’며 공정성을 문제 삼는 이들과 옹호하는 이들이 대립 중이다. 그러나 ‘붓질 한번 하지 않는 예술’은 일찍이 존재해 왔다. 포토샵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편집은 보편화된 지 오래이며, 마르셀 뒤샹의 ‘샘’으로 대표되는 레디메이드 작품이 예술계를 뒤집어 놓은 것은 10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액션페인팅 등 우연에 기댄 작화도 계보를 이어 왔다. 포토샵은 되고 미드저니는 안 될까? 창작자의 노동과 통제를 벗어난 예술은 예술이 아닐까?
직접 써보니 그럴싸한 이미지를 얻기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적절한 명령어, 즉 프롬프트(prompt)를 떠올리는 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다. 결국 도구에 맞는 형태의 ‘창의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금 원론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성 판단의 최후의 보루가 있다면 그건 바로 ‘의미’일 것이다. 그 방식이 무엇이건 창작자의 의도와 해석이 담겨 있다면 그것은 여전히 예술로서 기능한다.
사실 생성 AI가 촉발한 질문은 카메라가 촉발한 그것과 다르지 않다. 사진의 등장은 기존 사실적 재현에 치중했던 미술의 가치를 추상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당시만 해도 사진을 예술로 볼 수 있는지가 논란이었다. 물론 지금은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언젠가 교과서에 ‘AI 사조’가 한때로 기록되는 날이 올까. 예술은 끊임없이 앞서의 불문율을 전복해 왔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에게 표현의 욕구가 있는 한 예술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신묘한 펜과 붓을 활용해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라도 자신을 표현하는 상상력 경쟁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낯설지 않다. 스토리 업계에서는 스토리 작가와 글 작가, 그림 작가가 분화된 지 오래이며, 협상의 추는 문장이나 그림 기술자가 아닌 상상가(想像家)에게 옮겨가고 있다.
여기까지를 챗GPT에게 주고 의견을 물었다. “AI의 창작은 인간의 지시에 따른 것이며 예술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의 감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별수 없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아무리 대단한 도구라도, 그 도구를 손에 쥔 것은 결국 인간인 것이다. 아직은 말이다.
김지영 스타트업 투자심사역(VC)·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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