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서 “촛불 의식 혁명” 찬양한 선관위, 독립기관 운운할 자격 있나[기자수첩]
文정권에 아첨하던 행적 돌아봐야
문재인 정권 초창기인 2018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청와대에서 ‘공무원 선거 중립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관을 비롯해 400여 명에 이르는 직원이 선관위 교육에 참석했다. 제7회 지방선거를 넉 달 앞둔 시점이었다. 이 자리에서 선관위는 “이번 선거 교육은 선거 관여 금지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로 여겨진다”고 자평했다.
본지가 입수한 강의 요약본을 보면 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중립과 관련해 공무원에게 이뤄진 조치가 10건이라며 전임 박근혜 정부인 2014년 지방선거보다 조치 건수(32건)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소 배경에 대해 “촛불 혁명 속의 또 다른 의식 혁명이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나아가 선관위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을 “공무원 선거 개입의 추억” “공직자 양심을 시험한 선거”라고도 했다. ‘선거 중립 교육’이라면서 전임 정권을 폄하하고, 살아있는 권력자들에게 사실상 아부한 것이다. 이러니 당시 청와대 직원들이 선관위를 신경 썼겠는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에는 선관위의 청와대 출장 교육 시점 전후로 문재인 청와대 직원들이 도합 18차례 선거에 개입했다고 적혀 있다.
이듬해인 2019년 1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 캠프 특보 출신인 조해주씨를 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했다. 2020년 9월 더불어민주당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만세”라고 환호하고, 천안함 폭침 사건을 “개그”라고 했던 조성대 선관위원을 추천했다.
지난 2일 조 위원을 비롯한 선관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이른바 ‘아빠 찬스’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원 직무 감찰을 거부했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란 이유였다.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의 분노가 누그러지고,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도 자신들 앞에서 쩔쩔맬 거란 계산이 섰을 것이다. 일부 선관위 간부는 헌법상 독립기관을 지켜내기 위한 투사(鬪士)처럼 행세하기도 한다.
선관위의 독립성은 법조문이 아니라 스스로 행동으로 증명할 때 비로소 보장된다. 문재인 정권 5년간 보여준 선관위의 모습이 ‘독립기관’이라 부르기 부끄러울 만큼 편향적이었다. 선관위는 청와대 직원들 앞에서 ‘촛불 의식 혁명’ 운운하며 아첨하던 과거 행적부터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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