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82] “자유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정찰에 나선 군인들이다. 질척이는 벌판에 군화가 파묻히고, 억센 바람과 날선 추위가 무거운 판초를 사정없이 들춰 올린다. 미국 조각가 프랭크 게이로드(Frank Gaylord·1925~2018)가 워싱턴 DC의 한국전쟁 참전 용사 기념물을 위해 제작한 병사상 19기, ‘행군’이다. 철모 아래 퀭한 눈과 쑥 꺼진 볼이 확연하도록 피로와 공포에 지친 채로 맡은 임무를 수행한 이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켰다.
게이로드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 조지 패튼 장군 휘하에서 낙하산병으로 무훈을 세우고 돌아온 뒤에 미술가가 된 베테랑이었다. 그가 만든 용사들 얼굴은 대부분 함께 싸운 전우들에게서 따왔다. 실제로 2차 대전 종전 뒤 5년 만에 발발한 한국전쟁에는 2차 대전에서 돌아온 미군이 다수 참전했다. 하지만 병사들 처지에서 2차 대전과 한국전쟁의 차이점이라면, 한국이라는 나라를 들어본 적 없고, 한국인이라고는 만나본 적도 없었다는 것. 그렇게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상륙한 낯설고 험한 땅에서 미군만 3만3686명이 전사하고 10만3284명이 부상했다. 기념물 벽면에 새겨진 대로 “자유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한국전쟁 참전 용사 기념물은 1986년 미 의회의 승인을 받은 뒤 오랜 기간 공모와 심의, 수정을 거쳐 1995년에야 완공됐다. 그 과정에서 게이로드는 위대한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병을 그리겠노라 주장했다. 그는 “처음 전투에 나간 날, 나는 그저 엄마가 보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게 전쟁의 현실이라는 것. 누구와도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이들의 헌신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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