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프랑크푸르트 선언’ 30년… 韓 기업 또 한번 뼈 깎는 변신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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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선언'을 한 지 30년이 되는 날이다.
바이오, 인공지능, 모빌리티, 로봇 같은 미래 산업에서 제2, 제3의 반도체가 나오도록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 고급 인재를 육성해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로 기업 체질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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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선언’을 한 지 30년이 되는 날이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 임원 수백 명을 프랑크푸르트로 소집해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문했다. 신경영선언은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회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치는 품질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고 보고 체질과 관행, 의식, 제도를 양(量) 위주에서 질(質) 위주로 혁신하라고 주문했다. 1995년 구미사업장에서 500억 원 상당의 불량 휴대전화를 태운 것은 상징적 사례다. 품질 경영과 혁신의 DNA는 삼성을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퍼지면서 반도체, TV, 배터리,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에서 국내 대표 기업들이 세계 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기반이 됐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현재 우리 기업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격화되는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과 공급망 재편 등으로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는 위기에 처했다. 선진국이 축적한 소재·부품·장비 기술은 따라잡지 못했는데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수년간 세계 선두를 지켜온 디스플레이·조선 등 주력 산업이 중국 제조업의 공세에 밀려 1등 자리를 내주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대립적 노사 관계와 거미줄 같은 규제가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 선진국 수준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근로시간 유연화 등의 노동개혁도 더디다. 이 회장이 1995년 “우리나라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평가했는데, ‘타다 사태’에서 보듯 기업 혁신의 싹을 잘라 버리는 후진적 정치·행정은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이대로라면 기업들도 성장 동력을 잃고 다시 2류로 추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회장의 주문처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은 끊임없는 투자와 기술 혁신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바이오, 인공지능, 모빌리티, 로봇 같은 미래 산업에서 제2, 제3의 반도체가 나오도록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 고급 인재를 육성해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로 기업 체질을 바꿔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기업들이 글로벌 전장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지 않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혁신 DNA를 북돋아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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