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미칼럼] ‘타다’의 비극, 민주당의 퇴행
무죄 판결에 누구도 책임 안 져
거대 기득권 노조에 매몰된 민주
기술 진보 시대 역주행 아닌가
“글로벌한 시각에서 보지 않고, 우리 편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김대중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하고 민주당 의원으로 3선을 했던 강봉균 전 장관이 생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정통경제관료 출신으로 자신이 몸담았던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문제로 꼽은 얘기다. 에너지 안보 위기를 키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나 국민들의 주거 복지를 심각하게 훼손한 부동산 정책에는 다 그런 발상이 엿보인다.
그러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일했던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이 페이스북에 쓴 글을 봤다. 그는 “민주당이 단순히 택시업계 눈치를 보느라 타다 금지법을 밀어붙인 것이 아니다”면서 “택시엔 한국노총의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민주노총의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이 있다. 두 군데 반대를 무릅쓰고 타다 금지법을 고치자고 총대를 멜 의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택시 표심’만 의식한 게 아니라 그 뒤 거대 노조의 조직력이 위력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서민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출범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양대 노총의 정책 창구로 전락했고, 당시 을지로위 위원장 박홍근 의원은 타다 금지법을 주도했다. 양대 노총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는 한, 노조에 기운 을지로위를 혁신하지 않는 한 민주당의 ‘타다 반성문’은 말에 그칠 뿐이라는 게 여씨 주장이다.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타다 금지법 표결 때 반대표를 던졌고, 을지로위에서도 활동했던 최운열 전 의원 말이다. “(위원회가)한쪽(노조)에만 매몰돼 오히려 민주당 발목을 잡는 조직이 됐다.” 그는 타다 금지법에 대해서도 “국민 전체 혜택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극소수 입장만 대변하다 보니 국민이 피해자가 됐다”고 했다. 민노총은 386 운동권 세대가 조직화한 대표적인 기득권 집단이다.(이철승, ‘불평등의 세대’) 촛불 집회를 주도했던 민노총은 문재인정부에서 최대 주주 노릇을 했고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한 몸처럼 움직인다.
미·중 신냉전 흐름 속에 경제 안보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듯이 우리 국익과 미래를 좌우할 이슈는 갈수록 지역화, 국제화하고 있다. 더욱이 챗GPT 등장처럼 기술 진보 속도가 빠른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진영 득실을 따지는 정파적 시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집권 경험이 있고 최대 의석을 보유한 제1야당이 우리 사회 내부 갈등에만 천착하는 행태는 국가적 불행이다. 타다 무죄 판결에 민주당 차원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던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 최병천씨는 “반기업 진보주의는 20세기식 사회주의 영향을 받은 시대착오적 진보”라고 했다. 시대착오적인데 ‘진보’일 리 없다. 제2, 제3의 타다 비극을 막으려면 민주당이 퇴행적 집단이라는 꼬리표부터 떼야 한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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