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늙어가는 세계의 젊은이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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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단한 상상의 게임을 해보자.
여러분이 좋은 교육을 받은 빠릿빠릿하고 부지런한 2030 인재라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 정착해 살고 싶을까.
아마도 다수가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같은 전통적 이민의 나라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나 일본이 자유 민주주의의 잣대로는 싱가포르보다 앞섰으나 싱가포르는 영어가 공용어인 나라고 이미 다문화 사회라 이방인이 적응하기에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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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배타·폐쇄주의 벗고 개방사회 가야
아시아의 유교 문화권 국가들로 선택의 폭을 좁혀 보자. 가) 중국, 나) 일본, 다) 한국, 라) 싱가포르 가운데 한 나라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라의 크기 순으로 나열한 선택지인데 결과는 정반대 순으로 싱가포르가 1등을 하고 중국이 꼴찌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일본은 그 사이에 있을 것이다.
이유는 무척 단순하다. 외국인으로 정착해 살려면 개방적인 사회가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일본이 자유 민주주의의 잣대로는 싱가포르보다 앞섰으나 싱가포르는 영어가 공용어인 나라고 이미 다문화 사회라 이방인이 적응하기에 수월하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를 내세우면서도 실제 한족(漢族) 중심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폐쇄적 독재국가다.
이 단순한 상상의 게임은 21세기 국가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21세기 지구촌의 인구는 14세기 흑사병 유행 이후 사상 처음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중세에는 사망자의 폭발적 증가로 인구가 줄었으나 지금은 전 세계에서 아이를 적게 낳아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특집으로 다뤘듯 인구 고령화는 이제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고민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21세기에는 유능한 젊은이를 끌어들이는 나라는 흥하고 뛰어난 인재가 도망가는 나라는 망하는 구조다. 사실 19세기나 20세기에도 세계 이민의 젖을 먹고 자란 미국이 최강대국으로 부상한 바 있으니 결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다만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재의 확보가 더 결정적인 국가 생존의 변수로 드러날 예정이다.
한국은 출산율 세계 최저의 예외적인 나라다. 가장 급속하게 쇠망의 수렁으로 빠져들어 간다는 의미다. 게다가 민주주의라는 자랑스러운 성과를 이뤘음에도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주의는 여전히 강건하다. 게다가 형식적 공정성 뒤에는 조국이나 선관위 사태에서 보듯 ‘아빠 찬스’라 불리는 지연, 혈연, 학연이 그 어느 사회보다 강력하게 작동한다. 해외의 인재를 흡수하기는커녕 국내의 인재마저 다른 나라로 도망가게 만드는 숨 막히는 썩은 분위기다.
아이를 낳지 않아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아이를 가진 젊은 한국인들이 해외로 이주해 인구의 축소를 가속하는 시나리오는 가장 걱정스러운 미래다. 캐나다의 공격적 이민정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서방의 개방적 사회들은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출신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젊은이들을 초빙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기에 농촌에서 대여섯씩 자식을 낳아봤자 젊은이들이 개방적인 도시로 몰려간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21세기 말 우리나라 전체가 7080 노인만 남은 적막한 시골 마을처럼 돌변할 수도 있다. 인구를 불리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가 기존의 인구를 지키는 일이고, 추가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일이다. 기존의 한국인이 살기 좋은 나라일 뿐 아니라 외국인도 편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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