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시대’ 열리나… 72년만에 프로 데뷔전 우승
프로 전향 후 첫 LPGA 대회서 1위
아마추어 때 142주 세계 1위 기록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초특급 신인이 등장했다. 중국계 미국인 스무 살 로즈 장(Rose Zhang)이 프로 데뷔 무대에서 역사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LPGA 투어 프로 데뷔전에서 우승한 선수는 1951년 베벌리 핸슨(미국) 이후 72년 만이다.
장은 5일 미국 뉴저지주 리버티 내셔널 골프클럽(파72·6671야드)에서 열린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총상금 275만달러) 4라운드를 2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했다. 하지만 강한 바람과 우승에 대한 압박감에 고전하며 버디 없이 보기만 2개 기록했다. 제니퍼 컵초(26·미국)와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 동타를 이룬 장은 다시 18번홀(파4)에서 연장 2차전까지 치렀다. 180야드를 남기고 하이브리드로 친 세컨드샷을 홀 2m쯤에 붙여 투 퍼트 파를 기록, 보기에 그친 컵초를 꺾고 상금 41만2500달러(약 5억4000만원)를 받았다.
장은 “솔직히 컷 통과조차 예상하지 않았다”며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상 최고 여자 아마추어 선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프로로 향했다. 프로 전향 직전까지 142주간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를 지켜 최장 기록을 세웠다. 2020년 US 여자 아마추어, 2021년 US 걸스 주니어 우승을 차지했고, 최초로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 챔피언십 여자 골프 개인전을 2연패(2022·2023)했다. 지난 4월엔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에서도 우승했다. 장은 미 스탠퍼드대 소속으로 12번 우승했는데, 이는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 타이거 우즈(48·미국)의 11승을 넘어선 기록이다. 우즈도 프로 데뷔전에선 60위에 그친 바 있다. 우즈는 대학 후배인 장에게 이날 축하 트윗 메시지를 날렸다.
장은 아마추어 무대에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고 보고 지난주 프로 전향을 선언하고 이번 대회에 스폰서 초청을 받아 처음 출전했다. 서희경(37), 렉시 톰프슨(28·미국), 리디아 고(26·뉴질랜드)에 이어 초청 선수 신분으로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역대 4번째 선수가 됐다. 키 169㎝에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267야드, 페어웨이 적중률 85.7%, 그린 적중률 77.8%, 라운드당 퍼트 수 30개를 기록했다.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내고 결정적 순간을 놓치지 않는 집중력과 침착함이 돋보였다.
장은 주변에서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칭찬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결과에 대한 기준은 낮게, 연습에 관한 기준은 높게 설정하고 철저하게 훈련한다. 주니어 시절 하루 공 300개를 친 뒤 칩샷과 퍼팅을 각각 1시간씩 연습했다. ‘1.2m 퍼트 100개 연속 성공’ 같은 미션에 날마다 도전했다고 한다. 앤 워커 스탠퍼드대 코치는 “장을 ‘골프의 모차르트’ ‘골프의 반 고흐’라고 묘사하겠다”며 “설명할 수도, 가르칠 수도 없는 특별한 요소와 천재적 기량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절대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내면의 겸손함이 있다”고 했다.
마침 이번 대회 호스트는 스탠퍼드대 선배 미셸 위 웨스트(34·미국)가 맡았다. 미셸 위는 대회 기간 중 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우승 확정 직후 장을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이번 우승으로 장은 LPGA 정식 멤버가 되어 올 시즌 출전권을 따냈지만, 다음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스탠퍼드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그는 기말고사 준비 등 “골프 이외 일로 바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 선수 중에선 유해란(22)이 3위(8언더파), 지은희(37)가 공동 4위(7언더파), 고진영(28)이 공동 13위(4언더파)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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