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이웃집 두드리며 “불이야”... 새벽 오피스텔 56명 살렸다
이웃집 문 ‘쾅쾅’… 7분 동안 3개층 대피시켜
“무섭다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
“설마 하는 생각에 바지만 입고 문을 열었는데, 복도가 시커먼 연기로 가득하더라고요.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지난 4일 오전 5시쯤 서울 강서구 공항동의 한 오피스텔 8층에서 불이 났다. 8층에 살고 있던 직장인 박진우(29)씨는 귓전을 때리는 소방벨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고 한다. 회색 트레이닝복 바지만 입고 현관문을 열었던 박씨는 복도를 가득 메운 연기를 보자마자 맨발인 채로 복도로 뛰쳐나가 이웃집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불이야”를 외치며 8~10층까지 3층을 뛰어다녔다.
연기를 보고 먼저 오피스텔을 빠져나갈 수도 있었지만, 사람들을 빨리 대피시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경기 하남시의 한 중식당에서 일하는 박씨는 “평소 불과 가까운 일을 하다 보니 불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박씨는 연기가 위층으로 올라간다는 사실을 기억해내 8층뿐 아니라 9층과 10층의 주민들도 대피시켰다. 이날 오피스텔 화재 신고가 접수된 오전 5시 2분부터 소방 인력이 도착한 5시 9분까지 7분 동안 박씨가 깨워 대피시킨 집은 21곳이라고 한다.
서울 강서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피스텔 화재는 8층에 사는 주민 김모(64)씨가 피워놓은 모기향이 옆에 있던 가연성 물질에 옮아붙으며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이날 입주민 56명은 엉덩이에 2도 화상을 입은 김씨를 제외하고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며 “박씨가 불이 난 직후 입주민들을 깨워 대피시킨 덕분에 빠른 화재 진압에 큰 도움이 됐다”며 “인명 구조에 크게 기여했다”고 했다.
박씨의 좌우명은 “당연한 일을 하고 칭찬받으려 하지 마라”라고 한다. 박씨는 “무섭다는 생각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칭찬받는 것이 부끄럽다.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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