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등록제 31년 만에 폐지…투자 한도 제한은 유지
등록번호 없이도 계좌 개설 가능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금융감독당국에 등록해야 하는 ‘외국인투자자등록제’가 도입 31년 만에 폐지된다.
금융위원회는 5일 외국인투자자등록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13일 공포돼 6개월 후인 12월14일 시행된다.
외국인투자자등록제는 국내 상장사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융감독원에 인적사항을 사전 등록하는 제도다. 외국인은 금감원에서 투자등록번호를 발급받아야 증권사에서 계좌를 만들 수 있다. 외국인의 투자 한도를 관리하기 위해 1992년 도입됐으나 1998년 한도 제한이 대부분 폐지됐다.
현재 2500여개 상장사 중 외국인 전체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종목은 33개뿐이다. 이 중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2종목은 개인별 한도도 제한하고 있다.
앞으로 외국인투자자는 직접 증권사에서 계좌를 만들 수 있다. 법인은 법인식별기호(LEI·법인에 부여되는 표준화된 ID), 개인은 여권번호를 사용하면 된다. 이미 받은 투자등록번호 사용도 가능하다. 하지만 특정 종목의 외국인 투자 한도 제한 규제는 유지된다.
업계 등에서는 그동안 외국인투자자등록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인이 나스닥 종목을 거래할 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고 투자자 등록을 하지 않는 것처럼 국내 주식시장 규제도 글로벌 수준에 맞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 금융감독당국이 자신의 투자를 감시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계속 제기했다.
제도 개편에 따라 증권사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증권사는 앞으로 외국인투자자에게도 국내투자자와 같은 인증 절차를 적용해야 하는 만큼 지금보다는 계좌 개설과 관리 업무가 늘어난다.
정부는 외국인투자자등록제 폐지를 계기로 모건스탠리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기대하고 있다. MSCI지수는 1969년 만들어진 주가지수로서 미국계 펀드의 95%가 추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SCI는 신흥국지수 국가인 한국을 2008년 6월 선진국지수 편입 관찰대상 국가로 지정했으나 이듬해 외국인투자자등록제, 역외외환시장 부재 등을 지적하며 유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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