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같이 버티고 나니…‘약속’된 승리가 날아왔다
나이지리아전 전력 열세에도
전·후반 내내 파상공세 막고
연장 전반 코너킥 찬스 살려
유일한 유효슈팅이 ‘결승골’
전력에서 열세여도, 상대에게 파상공세를 허용해도 쓰러지지 않고 잘 버텨냈다. 그리고 깊이 숨긴 날카로운 세트피스 한 방으로 강호들을 연거푸 쓰러뜨렸다. 4년 전에 이어 2회 연속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 진출에 도전하는 김은중호의 ‘조직력 축구’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5일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1-0으로 이겨 4강에 올랐다.
김 감독과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임하는 전술은 딱 하나, 전형적인 ‘선 수비, 후 역습’이다. 단단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일단 수비에 집중하며 공격에 치중하는 상대의 힘을 빼놓은 뒤 공을 탈취해 스피드가 뛰어난 2선 공격수들이 순식간에 뛰쳐나가 골을 노린다.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인 강호 프랑스를 맞아서 점유율에서 32%-57%로 뒤지고도 날카로운 역습이 주효하며 2-1로 이겼으며, 에콰도르와의 16강전 역시 점유율에서 크게 밀렸지만 3-2 승리를 따냈다.
문제는 상대 또한 한국처럼 수비라인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않을 때다. 이날 나이지리아전이 그랬다. 나이지리아는 한국의 단단한 수비에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지만, 역시 수비라인을 높게 올리지 않으면서 한국 공격수들이 역습할 뒷공간을 좀처럼 내주지 않았다.
이승원 발끝서 ‘택배’ 4개째
조직력 축구 치밀한 준비 빛 봐
이런 상황에서 균열을 낸 것은 바로 세트피스였다. 연장 전반 5분 이승원(강원)이 왼쪽에서 코너킥을 올리자 최석현(단국대)이 훌쩍 뛰어올라 방향만 바꾸는 헤딩슛으로 결승골을 뽑았다. 한국이 기록한 유일한 유효슈팅이 골로 연결돼 그야말로 일격필살이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세트피스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총 5경기에서 8골을 넣었는데, 그중 절반인 4골을 세트피스로 만들어냈다. 이 4골은 모두 킥이 좋은 주장 이승원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이승원이 감각적으로 올린 크로스를 선수들이 적재적소에 잘 파고들어가 헤더 골로 연결시켰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인도네시아에서 아르헨티나로 개최지가 바뀌어 이동에 난항을 겪었다. 또 주축 선수들 대부분은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져 있었고, 시간이 촉박해 제대로 된 팀과 평가전을 치를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감독은 선수들의 조직력을 다지는 데 주력하며 세트피스 준비에 사활을 걸었고, 이는 본선에서 한국이 무패 행진을 질주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이번 대회 4강에 오른 팀들 중 무패는 한국이 유일하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지금 대표팀은 마치 유로 2004를 우승했던 그리스를 연상케 한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한 팀으로 뭉쳐 조직적으로 잘 맞서고 있다”며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에서는 정지된 장면에서 뭘 보여줘야 (잘 버텨내는) 수비에서도 힘을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약속된 세트피스는 굉장히 훌륭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결승행 운명의 승부, 이탈리아를 넘으려면…진짜 고비는 ‘피로와의 전쟁’
- U-20 월드컵 2회 연속 4강
- 역사저널 이어…KBS, 이번엔 라디오 진행에 ‘보수 유튜버’ 발탁
- 민주당 당선인들 ‘명심’ 독주에 견제구...추미애 탈락·우원식 선출 배경
- [종합]“팬들에 돈달라 하겠냐” 길건·홍진경도 분노···끊이질 않는 사칭범죄
- 김호중 공연 어쩌나... KBS “김호중 대체자 못찾으면 KBS 이름 사용 금지”
- “소주 한 병” 尹 발언 풍자한 ‘돌발영상’ 삭제···“권력 눈치 정도껏”
- 사측이 “조수빈 앉혀라”…제작진 거부하자 KBS ‘역사저널 그날’도 폐지 위기
- 이원석 검찰총장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사전 조율 여부엔 “말 않겠다”
-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②] 이남순 “여자로서 끝났다” 몸도 마음도 깊숙히 꿰뚫은 그날의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