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과거 발언, 자유의사” 방어하더니 안팎 반발 커지며 사퇴하자 “본인 뜻 존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주간 고민한 끝에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은 5일 인선 발표 9시간여 만에 사의를 밝혔다.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린 천안함 자폭설, 미국의 한국 대선 개입설 등 각종 음모론이 알려지면서 당 안팎의 반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 이사장의 혁신위원장 내정 소식을 알렸다. 이 대표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민주당, 더 새롭고 더 큰 민주당을 만드는 일에 많은 국민과 당원 여러분이 함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민주당이 쇄신 의원총회에서 혁신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한 후 3주 만에 이 대표가 혁신위원장을 선임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이사장 내정과 동시에 친이재명계 인사인 데다 SNS에 음모론에 가까운 의견을 밝혀온 것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그는 2019년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던 사실 등이 알려졌다. 이 이사장의 행적은 SNS와 과거 기사 등 대부분 공개된 것이었다. 이 이사장의 ‘천안함 자폭설’ 주장이 알려지자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SNS에 “해촉 조치 등 연락 없으면 내일 현충일 행사장에서 천안함 유족, 생존 장병들이 찾아뵙겠다”고 글을 올렸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이사장 SNS 논란에 대해 “시민의 일원으로서 개인적으로 자유로운 의사 표현한 부분도 섞여 있다고 생각한다”며 방어에 나섰다. 권 수석대변인은 “공당의 혁신위원장이 되면 그런 언어에 대한 조절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 발표를 신뢰한다”고 진화했다.
하지만 여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SNS에서 “이미 언론에 노출된 정보만으로도 혁신위원장은커녕 민주당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김종민 의원도 SNS에 “민주당이 ‘이재명의 민주당’을 완성시키자고 결심했다면 모를까 민심을 조금이라도 의식한다면 철회해야 한다”고 올렸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민주당은 이날 오후 4시쯤 국회에서 고위전략회의를 열고 이 이사장 거취 논의에 들어갔다. 회의 후 권 수석대변인은 이 이사장의 거취에 대해 “본인이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이사장이 스스로 물러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권 수석대변인은 최 전 천안함 함장이 이 이사장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데 대해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며 “부하를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는 게 아니지 않냐”며 천안함 사태의 책임이 최 전 함장에게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회의를 마친 뒤 약 한 시간이 지난 오후 6시55분쯤 이 이사장은 민주당을 통해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9시간여 만에 혁신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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