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경 사퇴 민주당 2차파동…"부하 죽인 천안함장 무슨 낯짝" 수석대변인 망언
'이래경 해촉·당 사과' 요구한 최원일 前천안함장에 권칠승 "부하 죽여놓고"…사과 없어
與 "민주 왜곡인식 팽배…막말 수석대변인도 사퇴하고 明 사죄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당 혁신위원장으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위촉했다가 천안함 폭침(2010년 3월)을 '미국의 자폭 조작'으로 규정한 발언 등 논란으로 사실상 철회했지만, 당내 설화(舌禍)가 이어졌다. '이래경 이사장에 대한 해촉, 공당(公黨)으로서의 사과'를 요구한 최원일 전 천안함장(예비역 해군 대령)을 지도부 일원이 막말 비난했다가 해명에 나선 것.
앞서 민주당 수석대변인인 권칠승 의원(경기 화성시병·재선)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주재한 고위전략회의 참석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원장 해촉 여부, '천안함 자폭 발언' 사과 여부, 현충일(6월6일) 계기 최원일 전 함장의 사과 요구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러나 조치 필요성 등 질문이 이어지자 "천안함 함장은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 한 거지. 부하 다 죽이고 어이가 없네…"라고 비난하는 언급을 했다.
"함장은 배에서 내리는 게 아니다. 그거 맞았으면 자기가…"라고 생환(生還)을 문제삼는 듯한 발언도 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발언 직후 논란에 관한 입장문으로 "보도에 참고 바란다"면서 "백브리핑을 마치고 이동하는 가운데 한 발언은, 민주당 당직 인선과 관련해 천안함 유족 및 생존 장병의 문제 제기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책임도 함께 느껴야 할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사과나 유감표명은 없었다.
북한군의 천안함 어뢰 공격을 공당에서 부정하냐는 논란 속, 지휘관 문책론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민주당에선 지난 2021년 6월 조상호 당시 상근부대변인(현 민주당 법률위 부위원장)이 한 방송에서 천안함 피격사건을 두고 "(함장이) 생때같은 자기 부하들을 수장시켰다"며 "최원일 그 분도 승진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다만 조상호 부위원장은 최 전 함장을 직접 만나 사죄하는 등 '결자해지'를 했다.
이날 이재명 대표 측의 행보는 '결자해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래경 이사장은 앞서 2월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낸 미(美)패권 세력들"이라고 쓴 SNS 글 등으로 혁신위 내정 직후 극단 발언 논란을 불렀다. '돈봉투 전당대회, 코인 파문발(發) 쇄신론과 역행한다'는 비판 속, 당 지도부는 "몰랐다"는 취지로 대응했다. 결국 이 이사장이 자진 사의표명을 하면서도 '마녀사냥' 당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날 유상범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대한민국의 근간을 위협했던 이석기에 대한 석방 요구부터 '천안함 자폭' 운운하며 망언을 내뱉었던 이래경 위원장이 자진사의를 표했다"며 "성난 민심에 뒤늦게 직을 사양했지만, 그런다고 해서 이미 상처받은 천안함 용사들에게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성난 국민들의 사퇴요구 앞에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더 심한 막말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권 수석대변인이 이래경 위원장의 사퇴여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천안함장이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하냐'는 막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그러면서 '원래 선장은 배에서 내리면 안 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덧붙였다"며 "최 전 함장의 말대로 '현충일 전날, (6·25 전쟁 등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기리지는 못할 망정, 또다시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들'을 연이어 자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표도 해당 논란에 대해 '몰랐다'라며 선을 긋는 와중에, 수습해야할 대변인이 이런 말을 했단 건 왜곡된 인식이 이미 민주당 전체에 팽배해있는 게 아닐까"라며 "(권 수석대변인의)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는 변명 역시 구차할 뿐이다. 대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천안함 용사들이 무엇을 잘못했나. 대체 최 전 함장은 대원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것 외에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까지 상처를 받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아무리 자신들의 연이은 잘못을 덮어야한다지만, 상식적인 선에서 지켜야할 도의가 있는 것이다. 뒤늦은 이래경 위원장의 사퇴만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다"며 "막말에 막말을 더한 권 수석대변인 역시 대변인직에서 물러나고 사죄해야한다. 아울러 이 대표도 천안함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부적절한 인사와 막말에 대해 국민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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